여정(旅情)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2

청솔고개 2020. 8. 18. 23:22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2

 

                                                  청솔고개

   2012. 8. 4. 토. 맑음 [둘째 날]

   8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목적지 황산으로 간다. 여기 항조우[杭州] 호텔에서 3시간 소요된다고 했다.

   가는 길은 아열대 특유의 습한 기후 식생(植生)을 잘 보여주었다. 제주도보다 더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숲과 그 속에 계단식으로 개발해 좋은 차밭이 전개된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이게 여행의 진수다. 집은 거의 다 3층 규모로 반듯하게 지어졌고 비가 많이 오고 번개, 우레가 심해서 뾰족한 첨탑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것이 피뢰침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1층은 습하기 때문에 생활하지 않고 2, 3층만 생활한다고 했다. 옥탑 방은 조상의 납골당이라고 했다.

   56개 소수 민족이 사는 중국은 정말 다양한 문화와 풍습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이곳이 중국에서 제일 풍요로운 곳이라고 했다. ‘上流天堂 下流蘇杭’[상류천당 하류소항]이란 말에서 천당은 바로 이곳, 항주에서 황산 이 지역이라고 했다. 그래서 태어나기는 소주에서, 살기는 항주에서 사는 게 가장 큰 꿈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소주는 교육 환경이 좋고 항주는 생활환경 전반에 걸쳐 살기 좋은 데 특히, 기후, 경제 등이 일류라고 했다. 여기는 6할이 산이고 3할이 물이라서 경제가 활발하다고 했다. 그래서 강남의 어느 지역보다 산과 숲을 많이 볼 수 있는 풍요로운 고장이라고 했다. 일찍이 삼국지연의 소설에서도 오죽하면 강남의 손권이 소주, 항주에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겠는가 한다. 더불어 당시 위와 촉에서도 항상 강남을 탐하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그마치 2,4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중국에서 태평성대라 하면 당·송 대를 가리키는데 송나라 수도가 바로 여기 항주였던 것이다. 지금은 저쟝셩[浙江省]의 수도가 臥薪嘗膽[와신상담], 吳越同舟[오월동주] 등의 고사가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용정차 등 차 향기 그윽한 고향이기도 하고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좀 자세한 참고 자료다.

 

   중국은 성(省)이란 행정 단위가 23개, 여기 저쟝셩(浙江省)의 인구는 4,600만 거의 대한민국 인구와 맞먹는다.

   항조우[杭州]시의 인구 830만, 도심만 600만 명이라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짐작이 안 된다. 그밖에 조선족 자치구, 내몽고, 티베트 같은 자치구 단위가 있고,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특별행정구역이 있다. 이밖에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Tiānjīn], 충칭[中京] 등은 직할시 행정 단위이다.

   여기 항조우는 겨울에 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제주도처럼 유도화(협죽도)가 만개한다고 했다. 이처럼 양쯔 강[揚子江] 이남은 눈은 거의 오지 않는데 한 번 오면 난리가 난다고 한다. 그 색다름, 특별함 때문이란다. 여기서 필수품은 에어컨이다. 여름 평균 기온은 36~39도 정도, 심지어 42도까지 오를 때도 있다. 지금은 아직 덜 덥다고 했다. 8월 10일 넘어서면 거의 15도가 더 오른다고 했다. 그냥 찜질방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여기는 여행 가이드들이 여름철에는 기피하는 지역이라고도 했다. 벼농사는 2모작이고 유채도 많이 재배해서 중국 음식에 안 들어가면 안 되다시피 하는 기름을 생산한다. 조선족은 주로 만주, 간도, 연변에 사는데 대입시험에 한글 과목을 시험보기 때문에 10점이 더 가산되는 유리함이 있다.

 

   오늘은 황산 시내는 들르지 않고 바로 산에 오른다. 내일 시내 관광한다. 황산은 안후이성 [Anhui, 安徽省]에 속해 있는 시 단위이다. 산동네가 많고 잡상인도 있는데 소수민족 토가 족이 주를 이루고 있다. 78년도 덩샤오핑[鄧小平, Deng Xiaoping]이 손수 지팡이를 짚고 이 산에 올라와서 대대적인 개발을 지시했고 지금도 그때의 사진과 자료가 호텔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여긴 별다른 자원은 없고 수입의 100%가 관광에서 나온다. 다만 대나무가 많아서 대나무 가공품이 많이 발달해 있다. 중국인들은 관광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규제를 하는데 여기서도 관광버스는 들어갈 수 없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고 케이블카 비용도 또 따로 내야한다. 중국 차 중 가장 유명한 건 보이차인데 남쪽 윈난 성[雲南省, 云南省,Yunnan]보이나무에서 나는 것이다. 이른바 茶馬古道[차마고도]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황산(黃山)은 원래 ‘皇山’[황산]에서 유래되었고 정식 명칭은 '황산풍경구'이며 시내를 흐르고 있는 강은 신안강이다.

 

   드디어 13:15에 이 황산풍경구에 도착하였다. 점심 먹기 전 전통 중국 소수민족 거리 쇼핑을 하였다. 무척 덥다. 발도 저리기 시작한다. 내색하기도 싫고 힘이 든다. 그냥 주저앉아버리고 싶다.

   이어서 바로 점심을 먹고 셔틀버스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는데 겨우 두 대가 비킬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여행버스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탐방객이 여기를 들르는지 알 수 있다. 지나가면서 보니 왕대 숲이 장관이다. 사진으로 남기려 했으나 잘 안 된다. 이어서 운곡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아! 하는 탄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선경(仙境), 이 장대한 동양화의 화폭 속에 갇혀 평생토록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황산의 원래 명칭은 ‘移山[이산]', 당나라 때 황산으로 칭했다. 주봉의 높이 1,864미터, 총 72봉, 총면적 154평방 킬로미터, 둘레 120킬로미터, 1990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우리가 오르는 봉은 광명정, 1,840미터로 두 번째 정상. 정상 호텔은 별 4개짜리란다. 황산의 4대 명승은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 온천(溫泉)이다. 탐방객을 위해 만든 계단의 수가 무려 4만 개.

   과연 장대한 운해가 운치를 더해주는 원근경은 그 입체감이 절정을 이룬다. 설악산 크기의 3배나 되는 이곳은 마치 그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몇십 배 병풍처럼 늘여놓은 것 같다. 앞좌석의 조합장 부인, 떡 방앗간 안주인 등 여자분들은 아래를 잘 내려다보지도 못한다. 전후좌우에 펼쳐지는 공룡능선(恐龍稜線)과 용아장성(龍牙長城)의 대 파노라마다. 더 이상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안개와 운해는 또 어떻고! 그냥 눈으로 보는 것 밖에. 감히 작은 기록 기기인 카메라에 담기조차 겁난다. 그래도 막 들이댔다. 발은 저리지만 안간힘을 쓰면서 걷는다. 언제 다시 이 풍광을 볼 거냐. 드디어 광명정(光明頂)에 도착했다. 몇 군데 준비해 간 모임 이름이 들어간 회갑 현수막을 뒤에 펼친 채 기념 촬영을 했다. 여행사 사장의 아이디어다. 참 좋다. 정말 기념비적인 사진이 될 것 같다. 황산 제2봉 저 북쪽 배경엔 또 다른 능선과 협곡(峽谷), 앞은 큰 산정(山頂) 호수와 대협곡의 파노라마.

   지친 사람들도 많고 해서 일단 대열을 정비한 후 서해대협곡 탐방할 사람들만 다시 모아서 출발했다. 배운정(排雲亭)이라 칭하는 명승이 나타난다. 구름과 안개가 서해의 골짜기들을 휘감아 솟아오르다 이곳에 이르면 저절로 구름이 걷혀진다는 뜻에서 붙인 말이다. 가이드는 서해대협곡 보지 않으면 황산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하면서 탐방하기를 종용했다. 몇몇을 제외하고 다 출발했다.

   해가 지는 서쪽 방향이니 서해, 벌써 많은 카메라맨들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일몰을 담으려고 하였다. 끝없이 천인(千仞)절벽, 이어 붙인 계단, 암굴 등 사람이 길을 만들었다 고는 믿어지지 않을 구조물이고 건축물이었다. 발은 저려 와도 풍광에 도취되어 무감각해진 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무렴 육안보다 감동이야 더할까 보냐마는 그래도 일회성으로는 너무 아쉬우니 이런 방법도 해 볼 수밖에. 이런저런 많은 친구와 그 부인 내외, 가리지 않고 많이 찍어 주었다. 이럴 때, 좀 서비스하는 모습이 좋을 거 아닌가.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또다시 다리가 저려 와서 소나무에 의지하고 부축하면서 허위허위 겨우 도착했다. 이럴 줄 알고 스틱을 준비해 온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드디어 어두워서 산정 호텔에 도착했다.  이 산정에 호텔이라니! 어둑어둑해서 도착한 산꼭대기 숙소의 불빛을 보니 참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음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같으면 환경 단체의 등쌀에 엄두도 내지 못할 발상 아닌가. 대피소 혹은 산장의 개념이 아니라 깨끗한 숙박 환경이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산장 대피소에 비해서는 특급호텔이다. 다만 산 벌레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날아 들어오는 게 불편이라면 불편함.

   오늘은 깨끗이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는 잠을 잘 들지 못해서 스포츠채널만 찾는다. 런던올림픽 결과가 나도 궁금하다. 내일 아침 일출은 보려나. 그래도 나가봐야지.

                                  2020.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