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나는 수년 전부터 블로그를 두 군데 개설해서 현재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다. 하나는 나의 글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글 소개와 안내다. 앞엣것은 자연인 나의 순수한 생각과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중심이 된다. 뒤엣것은 그간 내가 읽은 책에서 혼자 두고 보기에는 아깝다 하고 여기지는 내용을 본문 그대로 입력해서 꾸준히 올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나도 평생 살아오면서 내 스스로 부끄러운 일도 있었고 억울한 일도 없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제2의 나를 자각하게 될 무렵, 나의 정체성, 나의 존재이유에 대한 불안정과 회의가 엄습했다. 청년 시기 나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시도해 보았다. 어쨌든 많이 억울했다. 그런데 나의 성향상 그 억울함을 속으로만 끓일 뿐이었다. 발현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종교도 탐색해 보았고 직업적 특성상 문학과 철학에도 열심히 기웃거려보았다. 그러한 방랑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 물론 퇴직 후 6년 동안 몸 담았던 상담심리 현장 활동에서 어느 정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제반 여건 상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어쩐지 평생 불안(不安)의 감정과 부정적(否定的) 사고로 불편(不便)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지금 나는 이를 타고난 성향이라고 결론 짓고 싶다. 얼굴과 용모가 다 다르듯이 마음과 성향도 그만큼 다른 것이다. 내가 잘못 타고 난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나만의 특별한 성향이라고 결론 짓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만이 왜 이런 약해빠진 마음의 힘을 타고 태어 났는가 하고 원망도 많이 해 보았다. 어쨌든 나는 이 세 가지를 나의 삼불화두(三不話頭)라 이름 지었다. 불확실 투성이의 한 생애에서 이런 나의 명제나 삶의 전제 설정은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가설의 입증은 평생을 통해 추구하던 작업이었다. 따라서 많은 인생 스토리가 전개되었고 거기에 따른 나의 구구한 변명이나 충분한 해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른 바, 나의 모든 것에 대한 자가 검증 작업이 나도 모르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글로써 남겨지게 마련이다. [다음 편‘문단유감(文壇遺憾) 2’로 이어짐] 202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