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1

청솔고개 2020. 8. 18. 22:13

그 여름의 여행길/중국 황산 기행보고서 1

 

                                                                청솔고개

   2012. 8. 3. 금. 맑음 [첫째 날]

   아침에 고추밭에 나갔더니 ㅇㅇ아재도 걱정이 되는지 먼저 나와서 굵은 호스로 밭에 물을 대고 있었다.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니 정말 황감하다. 이 한여름에 기간 중 비라도 한 번 오면 괜찮겠지만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만 물 안 대주다가 자칫하면 다 타 들어갈 텐데, 정말 고맙다. 여행 중 떠나 있을 동안 밭에 물은 대야 하는데 아재도 동행해야 하니 일손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큰 걱정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나중에 수확 후 톡톡한 보답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때마침 고향 마을 절친 하나가 밭 가로 지나가다 잠시 들렀다. 참깨가 참 잘 되었다고 칭찬해 주었다. 본인도 이 정도 키우기는 힘이 많이 들 것이라고 하며 치하한다.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닷새 동안 우리가 없더라도 잘 있어라, 하고 고추포기들한테 작별인사를 마음속으로 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고추 첫 출하다. 참 보람되다. 아침 10시까지 면사무소 근처 농협의 지정 위탁 발송 장소에 하치해 놓고 나니 안심이다. 이제 정말 고추 농사꾼이 된 것 같다.

   급히 서둘러 1시 30분까지 모이는 곳인 ㅇㅇ예식장 앞 둔치 주차장에 가야한다. 1시 25분까지 갔더니 일행 모두들 와 있었다. 여행은 역시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아주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져다주는가 보다. 다시 아까 그 면소재지에 도착하니 2시 2분, 내쳐 흥겨운 마음으로 김해 공항 오후 3시 30분 도착, 그 동안 동생 하나에게 이번 여행 여비 보태줘서 고맙고 덕분에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ㅇㅇ연구회 부회장에게도 잘 다녀오겠다, 연구회 일본 방문단 출발하는데 배웅도 못하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답 전화가 왔다.

   18:25에 이륙, 19:50 상하이 푸동 공항 착. 20분 연착했다. 아직도 두 세 시간 연착은 예사라고 했다. 이제 여행 시작. 기대되고 기분 좋다.

   가이드 이름은 허ㅇㅇ, 교포 3세 조선족. 간도 옌볜이 고향이고 조부의 고향은 경북이라고 했다.

   여기부터는 중국시간 적용. 한 시간 늦게 시간을 고쳐 놓았다.

   19:50에 버스 출발했다. 버스 타는 데까지 가는데 다리 저림이 심했다. 통증이 심한 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는 게 더 힘들었다. 다리 저림에 대한 걱정보다 아직은 여행 출발에 대한 기대와 들뜸이 남아 있다.

   상하이 공항을 출발해서 밤 11:30분에 항주의 호텔에 도착했다. 숙소는 ROYAL LAKE INTERNATIONAL HOTEL 杭州君湖國際大酒店.

   호텔 객실에 도착하자 아내는 온몸에 땀띠로 고생한다. 피부염이다. 짜증을 낸다. 등을 긁어달라고 한다. 주의를 분산하면 좀 괜찮아질까 싶어 티브이를 켰는데 볼 만한 채널을 찾지 못해서 가이드에게 도움을 청해서 겨우 7번을 찾았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다시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아득해지는 마음이다. 멀리는 우리 아이들 걱정, 가까이는 아내의 심한 땀띠, 내 다리 저림도 그 촉발요인인 것 같다.

   겨우 커피 한 잔만 하고 그냥 골아 떨어졌다.

                                                           202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