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8일, 오전,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와이토모 동굴, 2016. 9. 29. 목

청솔고개 2020. 10. 25. 01:46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8일, 오전,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와이토모 동굴, 2016. 9. 29. 목

                                                                                   청솔고개

   02:00, 기상. 준비해서 03:50에 내려갔다. 가이드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한 책무라지만 충실한 직업의식의 발로다. 새벽 길 떠나는데 밤에 또 봄비가 내려 번질번질한 느낌이다. 그래도 뜰에 피어있는 봄꽃들은 새벽 빛 속에서 훤한 느낌을 준다. 집집마다 마당과 울타리에는 봄꽃이 새벽 비에 젖어 이리도 화사한데 꽃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가야하는데 이제 뉴질랜드 북섬으로 가는 공항행이다.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하지만, 내 생애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확률이 90%이상 되는 이 상황에서 어찌 뒤돌아보지 않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꼭 우리의 한 생애를 닮았다. 그래서 인생여정(人生旅程), 혹은 여로(旅路)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04:20, 공항 도착. 06:00까지 보딩하라고 기록돼 다. 가이드가 준비해 온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남은 시간에는 동행친구 하나와 남미 여행에 대한 서로의 꿈과 계획을 주고받았다.

   드디어 가이드와는 악수로 헤어졌다. 봉별의 무상함이 인간 사회엔 이같이 다반사.

   아직 ‘NO entry’라는 표지판을 보고 그냥 무심히 있었는데 낌새가 이상해서 다시 살펴보았더니 언제부터인지 입장(‘entrance’)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6시 이전에 탑승(‘boarding’)하라는 말에만 신경 썼던 것이다.

   기내는 이상하게 이 추운 초봄 새벽에 에어컨이 작동된다. 준비해간 외투를 두 벌이나 꺼내서 같이 입었다. 폰에 귀를 덮는 헤드폰을 장치해서 모차르트를 들었다. 비행기 엔진소음이 많이 가려진다. 눈을 감고 이제 푹 쉬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2시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서두른다고 부족해진 수면시간을 조금이라도 보충해본다. 잠결에 뭔가 내 무릎을 건드리는 낌새가 있어서 보니 내 왼발이 통로에 좀 나와 있어서 승무원이 나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그런 뒤 또 잠들었다. 얼마 지났을까 이번엔 또 앞에 접어져 있던 식판대가 펼쳐져 있다. 그 위에는 토스트 큰 거 하나가 놓여 있다. 커피 두 잔을 연거푸 시켜 하나는 동행에게 주고 토스트와 곁들여 먹으니 괜찮다.

   바로 옆 창을 보니 아침햇살을 받은 운해가 찬연하고 장관을 이룬다. 또 잠을 청해본다.

   07:50, 한 시간 남짓 비행 후, 북섬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북섬 안내 새 가이드를 만났다. 북섬의 기본을 틈틈이 설명해준다. 북섬 땅의 절반이 초지이며 소의 두수가 500만이라고 한다. 그래서 1/3이 관광업, 1/3이 낙농업에 종사하며 우유수출은 세계 4위라고 한다.

   원주민은 마오리족이며, ‘홍이’라 해서 코인사 세 번하는 것, ‘항이’라 해서 온천 지열로 한 요리가 유명하다고 했다.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도로가 번질번질 하게 젖어 있고 한기를 느낀다. 봄비에 젖은 뉴질랜드 북섬의 정취가 새록새록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초지의 작은 골에도 물이 불어 제법 콸콸 흐른다.

   11:30, 빗길을 무릅쓰고 와이토모 동굴에 도착했다. 이 동굴은 세계8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한다. 개똥벌레의 일종인 글로우웜이 서식한다. 이 벌레들이 형광물질로 빛을 내는 게 아주 신기하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개체가 빛을 발하니 참 신비롭다. 반딧불이와 같은 빛이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나 수많은 보석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석회동굴에는 물이 흘러서 배를 타고 탐사하였다. 내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

   이제 점심식사 하러 간다. 비가 오는데 어린 양들이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어서 측은하다. 너무 추운지 모두 딱 붙어 있다. 여기서 양, 말, 소는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동물이라고 가이드는 강조한다. 여기 젖소들이 비가 와서 빗물이 흥건한데도 그냥 배를 깔고 편안하게 누워있다. 누운 암소 한 마리는 불은 젖통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크기가 쌀 담는 포대만하다.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