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8일, 오후,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틸포드, 로토루아, 2016. 9. 29. 목
청솔고개
2020. 10. 25. 01:48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 틸 포드, 로토루아
청솔고개
12:30, 틸포드라는 곳에 도착했다. 식당은 아주 넓고 야트막한 목장 구릉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언덕위에 자라잡고 있다. 언덕에는 해꼼한 탱자꽃 같은 것, 자목련 등이 빗물에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다. 벚꽃도 아주 화사하게 꽃잎마다 빗물을 머금고 있다. 여기 9월말에 또 봄을 맞이하니 우리나라에서 보낸 지난 3월이 생각난다. 가만히 생각하니 여긴 해가 동쪽에서 떠서 북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진다. 북서향집이어야 햇빛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들어가는 마당도 그냥 풀밭이다. 시원한 비의 기운으로 소담스럽게 자란 풀들이 이 나라의 풍요와 여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순한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치며 반가워한다.
식당 이름은 틸포드레스트랑이라고 우리나라 교민이 운영한다. 스테이크에 쌀밥, 김치로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우리는 비오는 창밖을 보면서 마치 어느 집에 초대돼 가정식을 즐기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면서 식탁에서 창을 통해서 내려다보이는 것은 그 동안 수없이 지나왔던, 이 나라의 상징인 광활한 목초지다. 비가 와서 그런지 가축들은 펴져있지 않다. 많이 보이지 않고 한 곳에 몰려있다. 한 곳에는 소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다. 빗속에서 그러한 소들의 모습은 뭔가 경청하는 듯, 기도하는 듯, 아주 꼿꼿해 보인다. 초지는 빗물에 흥건히 젖어있다. 여기는 비가 5,6일 정도 안 와도 풀이 누렇게 마른다고 한다.
이제 다시 오늘 묵을 로토루아로 향한다. 한떼의 얼룩소가 도로 위를 줄지어 지난 간다. 과연 소의 천지이다.
16:00 로토루아 근교의 한 폴리네시안 스파에 도착했다. 여독을 푸는 데는 온천욕만 한 게 없다. 노천 온천의 유행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온천욕을 즐기는데 저 멀리 강가 같은 데서 갈매기 떼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온몸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 몸이 확 풀어진다.
17:00 ,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은 목조 2층 건물이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우리나라 목조 펜션 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과 주변이 모두 친환경의 분위기가 풍긴다. 철쭉, 동백꽃 같은 익숙한 것부터 처음 보는 조경수 등 주변에 조성된 꽃나무도 다양하고 풍요롭다. 여기서 이틀 밤이나 묵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묵은 다른 데 비해서 정말 현지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캐리어도 전부 2층으로 들어 올려야 하는 불편함도 오히려 더 친근함으로 느껴진다.
18:00, 저녁 식사. 특별 메뉴로 초록색인 로아홍합이 나왔다. 북섬의 첫날이 깊어간다.
2020.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