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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辭說調) '울엄마'/삼남 이녀 오남매로 알뜰살뜰 키워내니 이런 일은 예부터 상제님도 붋어할 법

청솔고개 2021. 1. 3. 03:08

⁰사설조(辭說調) '울엄마'

                                         청솔고개

두 오라버니 두 남동생 사이 고명딸 울엄마

열아홉에 새 각시 돼 가마타고 시집왔네

시조부에 시부모 층층시하 다 모시며

대소사며 길쌈이며 농사일에 시집살이

삼 형제 중 ¹지차로 울아부지 맞자 말자

세월이 하 수상해 ²신행 전 ³근친 중에

지아비 육이오동란  군에  불려가고

명재경각 밤낮으로 속 태우며 전전반측

독수공방 새벽마다 천지신명 ⁴정한수로

빌고 빌어 천우신조 조상님 보우하사

팔목 관통 구사일생 목숨부지 전상 귀환

 

시집살이 고단해도 칠남매나 배태해서

촌 의원 잘못만나 바로 밑 내 동생을

세 살 적에 잃고 나더니 어느 이른 봄날

소깝더미 깔린 나로 태 중 동생 또 하나

울엄마 배속에서 흘려버리고 남은 것은

삼남 이녀 오남매로 알뜰살뜰 키워내니

이런 일은 예부터 상제님도 ⁵붋어할 법

동란 중 낭군 잃은 큰동서는 팔자 고쳐 떠나

필경은 오대종부 짐 떠안은 지 육십육년

 

동서 사촌 손자손녀 하하호호 들으렸다

날 가고 달이 흐르니 그 바람도 하릴없네

하나는 모진 세파 정신 줄 놓은 지 오래

다른 하나 처세 외면 외롭게 홀로 살이

댓 손가락에 세 가락이나 아프고 또 아파

이건 정말 아닌데하며 눈물로 밤을 새고

당신 속은 평생 한 쌓이고 또 맺히어

우리집안 후손들 박복도 그지없다

이토록 고단한 신세 온몸으로 평생토록

흘러 흘러 세월 흘러 당신 가슴 저며 오네

조상을 못 모셨나 묘터를 잘못 썼나

조상 탓 묘터 탓도 이런 게 참말 아닌데

이 생각 저 생각에 눈물만 하염없이

머릿속도 다 타네 하얗게 타버리네

 

기약 없는 병상에서 보고 싶다 하나 손자

세상 자랑 큰 아들 하나뿐인 큰며느리

줄줄이 아들딸들 꿈결에나 부르다가

목이 메고 기가 다해 소리 없이 번진 눈물

덧없이 흐른 세월 떠나버린 당신 청춘

이승인지 저승인지 꿈결처럼 오락가락

헤매다가 떠돌다가 황천길이 멀다더냐

영결종천 초혼성에 짚불처럼 가시었소

        2021. 1. 3.

[주(注)]

⁰사설조(辭說調) : 사설하는 투의 어조나 문체

¹지차(之次) : '둘째 아들'의 다른 말. 서열이나 차례에서 둘째나 다음을 가리킴.

²신행(新行) : 신부가 혼례식을 마치고 신방을 치른 뒤 신랑 집으로 가는 혼례의식. 우귀(于歸)라고도 한다. 초행(醮行)과 재행(再行)은 신랑이 신부 집에 오는 것인 데 반하여 신행은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는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면 신랑이 신방을 치른 뒤 신부를 친정에 두고 혼자 집에 간다. 그 뒤 몇 차례의 재행 걸음을 한 뒤 신부가 신행을 간다. 혼례식을 올린 뒤 달을 묵혀 신행을 하면 ‘달묵이’라 하고, 해를 묵혀 신행을 하면 ‘해묵이’라 한다. 해묵이를 하게 되면 자녀를 출산하여 자녀와 같이 시가(媤家)에 가는 경우도 있게 된다. 신행을 하는 날은 따로 길일(吉日)을 택하여 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³근친(覲親) :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부모를 뵈는 일 또는 불교에서 출가한 승려가 속가(俗家)의 어버이를 뵈는 일이다. 친정 나들이의 경우 순우리말로는 '온보기'라고 하기도 한다.[출처 : 나무위키에서]

⁴정한수 : '정화수(井華水)'의 토박이 말

⁵붋어할 : ‘부러워할’의 토박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