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첫날/어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만져드리니 아직도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청솔고개 2021. 1. 5. 23:19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첫날

                                                                                  청솔고개

   오전에 스포츠 마사지 갔다가 오후 3시 지나서 영어 공부 스터디 클럽에 가려고 ㄱㄹ초등 근처 지날 때 쯤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병원에서 연락 왔다는 것이다. 아내도 지금 바로 준비해서 오고 있다고 했다. 친구 ㄱㅁ한테 못 간다는 메시지 전하고 바로 아버지께 연락드리니 아버지도 연락받아서 알고 있으며 지금 병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이 멍해지고 정말 올 것이 이제 오는구나 하는 것을 직감을 할 수 있었다. 아래에서 주차하고 병실에 올라가니 어머니 병석은 이미 커튼이 쳐져 있고 호흡과 맥박을 재는 기기와 영양공급액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먼저 오셔서 걱정스런 모습으로 지켜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매우 거칠게 호흡하고 있으셨다. 눈은 감겨져 있었고 목에서 가래가 연신 흘러내리고 있어서 내가 몇 번이나 화장지로 닦아내 드리고 다시 갈아주었다. 내가 봐도 힘 들어지는 상황 같았다. 계기에는 산소 포화도가 80~90은 되어야 한다는데 지금 60전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흡이 심하게 거칠어져 그 정도를 재는 계기에는 25~30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10이하로 낮아져야 한다고 의사가 설명한다. 동생들한테 모두 전화를 했다. 일단 위독하다고 통보했다. 둘째 동생은 전화를 안 받는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4시에서 오후 5시로 접어든다. 어머니의 호흡, 맥박, 심박은 더욱 심하게 불규칙하다. 의사는 이렇게 불규칙한 게 안 좋은 예후라 지적하고 모두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아니면 바로 오늘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나는 이외로 담담해진다. 어머니의 산소포화도는 자꾸 떨어진다.

   주차 때문에 관리원에게 열쇄를 주고 다시 올라왔다. 다시 뵈니 어머니께서는 좀 평온해지셨다. 아직은 미세하게 숨을 쉬고 계셨다. 그 새 아버지와 아내, 둘째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주치의가 와서 아직 심장은 미세하게 살아 있다고 했다. 2~3분경과 후 주치의가 어머니의 눈동자를 살펴보더니 돌아가셨다고 했다. 공식적 사망은 오후 5시 39분이다. 어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만져드리니 아직도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가볍게 눈을 감겨드렸다. 이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슬픔의 격렬한 감정도 못 느끼겠고, 오열이나 통곡도 나오지 않고 그냥 멍한 상태가 된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통해 드디어 어머니께서 영면에 드셨다는 객관적 사실만 인지될 뿐이었다. 그 사실에 근거한 어떤 감정, 정서만 전해져 올 뿐이었다. 바로 네 동생들에게 다시 방금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연락했다. 평소에 아내와 의논한 대로 눈여겨보아 두었던 근처의 장례식장에 모시기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좀 있으니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둘째가 거기에 동승하고 아버지, 아내, 나 등은 내 차로 바로 뒤따라갔다. 우리 넷이서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는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뵈었다. 평온한 얼굴이셨다. 그냥 잠 드신 얼굴이었다. 참 평화스런 모습이셨다. 막내 동생과 식구들이 도착해서 같이 간단히 빵과 음료수로 요기를 하고 다시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시설이 깨끗하고 직원들이 친절했다. 장례식비나 음식비 등 각종 경비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 사망진단서 발급받기, 영정사진 준비 등 딸린 일들이 겹친다. 친척과 친구들에 대한 부고 발송에 마음이 바빠진다.

   첫 문상객으로 아내 친구인 ㅈ씨가 왔다.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라 그냥 맞이했다. 장례 도우미 두 사람은 내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근무해 준다고 한다. 아직 문상객도 오지 않고 해서 그냥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밤 11시 지나도록 틈 날 때마다 부음 전하기를 메시지와 통화로 마무리 했다. 자정이 다 돼서 셋째동생과 그 식구가 도착했다. 셋째동생 식구들과 함께 다시 어머니의 얼굴을 뵈러 갔다.  더욱 평온히 잠 드신 얼굴이었다. 준비할 일이 있어 집에 들렀다가 오니 새벽 5시가 되었다.   [2016. 1. 5. 화.  포근한 날씨. 맑음.]   2021.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