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둘째 날/이 밤이 지나면 어머니는 이제 이승의 육신은 이 아들하고 영결(永訣)하고 종천(終天)하신다

청솔고개 2021. 1. 6. 19:42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둘째 날

                                                                                   청솔고개

 

   오늘은 어머니를 위해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바로 전날. 비감하다.

   새벽 7시쯤 돼서 상식(上食)을 올렸다. 아직은 내 마음이 평온했다. 모두들 마찬가지다. 8시 좀 지나 성복(成服)을 하였다. 그냥 어제 준 검은 양복 상복 팔에 상주는 검은 두 줄이 그어진 완장을 차는 거였다. 이어서 성복제(成服祭)를 지냈다. 11시 지나 입관식(入棺式)을 치렀다. 유족 모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어제 그 영안실에서 엄수되었다. 삼촌과 아버지는 아직 오시지 않았다. 염습(殮襲)을 마무리하고 모두들 이제는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 모습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내 손으로 어머니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직 부드러웠으나 좀 차가웠다. 이 느낌도 이제는 마지막이리니 가슴에 막 아리고 쓰리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손수 준비해 놓으신 수의(壽衣)가 입혀지고 마지막 얼굴까지 덮어진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우리 어머니의 부드러운 얼굴 모습…….

   오전엔 외가의 셋째 외삼촌, ㄷㅎ 외사촌 동생, 큰 외가 ㅌㅎ 외사촌 형님 도착. 더구나 외삼촌은 빈소에 들어 오시자마자 오열 통곡하신다. 동기의 정이 각별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침까지 우리 빈소 앞에는 아내의 ㄱㄹ초60회 조화 한 점이 덩그러니 있어서 어쩐지 초라하게 보이더니 이제는 제법 많이 세워져 있다. 맞은편에 비해 결코 적은 숫자는 안 될 것 같다. 나도 역시 이런 데는 초연하리라고 장담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부터 조문객이 몰려든다. 특히 첫째 매제(妹弟)ㅎ서방 직장의 손님들이 쇄도한다. 상주 역할이 참 익숙하지 않지만 모두들 간곡한 말씀으로 위로해 준다.

   고향 단짝 ㄱㅁ 친구가 먼저 와 있다. 늘 참 고마운 친구다. 초등 친구들, 고향 마을 친구들, 고향 동갑계중 친구들, ㅍㅅㄱ 모임, 특히 ㄱㄹ고 제자들, 고향 중고 동기들, 고향의 가장 오래된 모임 ㄷㅈ회, ㅎㅈ, ㄷㄱ 등 많은 친구들이 와서 위로해 준다. 상주는 이런 힘으로 견딘다면서 반잔씩 주는 술도 쌓이니 만취 상태가 되어 버린다. 김천에서 온 ㄱㅈㅇ 초등 친구보고 내가 누구시더라, 하는 해프닝을 벌였으니 참 민망한 일이다.

   가장 잊을 수 없이 고마운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ㄱㅈ초11회 졸업생들인 우리 친구들과 아버지의 해후일 것이다. 밖의 소파에서나 식당에서 모두들 아버지를 둘러싸고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버지도 몇 잔 약주를 하셨다. 아직 철모를 그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애틋한 정감과 사연이 숨겨져 있을라고.

   내 ㄱㄹ고 제자로 ㅊㅈㅅ, ㅊㅊㅎ, ㅎㅅㅇ 등 6명이 와줬다. 정말 고맙다. 대학동기들은 막 떠나려는데 마침 아버지가 계셔서 인사를 소개했더니 참 좋아하신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뜻 깊은 순간순간이 이어졌다. 난 결국 술이 누적되어 좀 피곤한 모습을 연출해버렸는지 아내가 좀 근신하도록 부탁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밤이 지나면 어머니는 이제 이승의  육신은 이 아들하고 영결(永訣)하고 종천(終天)하신다. 잠을 참아야 하는데 유족 대기 방에서 잠에 그냥 빠져버렸다. [2016. 1. 6. 수. 포근한 날씨. 맑음.]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