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회상/ 오롯이 나를 향해 불타는 별이 되어 내 가슴에 뜨거운 눈물로 진다
청솔고개
2021. 2. 26. 03:46
회상
청솔고개
늦겨울 어느 날 오후
흐린 하늘에
봄은 아직
저 멀리 머물러 있어
오늘 따라
불현 듯 미칠 듯
추억을 부르고 싶다
추억에 취하고 싶다
푹 잠기고 싶다
추억의 구석구석을 뒤져 본다
들춰 본다
나의 20대
한 순간 순간들의 정수(精髓)가
그 결정체(結晶體)가
오롯이 나를 향해
불타는 별이 되어
내 가슴에
뜨거운 눈물로 진다
눈물로 얼룩진 편지철은
풀어져 흩어져 구겨져
흐릿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지금은
기억조차 없는
회한과 탄식으로
내 가슴 한 복판은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그 순간
나를 향했던 숱한
불면의 고뇌들은
이울지 않는
불망의 정념으로
영원과 불멸의
불처럼
붉게 타오르는
심장이 되어
아픈 빛살로
나의 가슴에 꽂힌다
한 지구별 안에
같은 하늘 아래
어디메 살고 있을까
살아나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나의 이름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을까
기억 속의 존재일까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불행하지나 않을까
어떤 얼굴일까
언젠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다가
한 줄기 바람처럼 휙
길거리를 스쳐
지나 가다가도
서로 알아나 볼까
여기에는
50년 전에
40년도 더 전에
구겨지고 누래 져
눈물자국 번져나간
긴 긴 사연
뒤섞여진 편지 철에는
아직도
오래도록 밤을 잊은
한 소녀가 울먹이고 있다
한 청춘도 헤매고 있다
머물러 있다
그 눈물을 훔쳐 주랴
어깨를 다독여주랴
2021.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