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여행의 법칙 4

청솔고개 2022. 2. 26. 23:52

                                                                                                                           청솔고개

   나는 또 길을 떠난다. 어느덧 가을이다. 아침마다 찬 이슬이 내린다. 이슬을 맞은 메뚜기와 베짱이가 힘을 못한다. 새벽해 뜨기 전에 메뚜기를 잡아 담는다. 살짝 삶으면 오늘 점심 식사다. 아침에는 나도 한기를 느낀다. 나는 어느 높은 산의 둘레 길을 일주일째 걷고 있다. 먼저 길가의 풀잎들이 먼저 누릇누릇 해진다. 그 동안 짐이 많이 늘어서 수레를 하나 새로 장만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식이다. 이제는 등과 어깨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이제 겨울이라 두꺼운 천막도 하나 준비했다. 그동안 준비했던 식량이 다 떨어져 간다. 이제 자급자족이다. 어제는 계곡에서 가재를 몇 마리 잡아서 튀겨먹었다. 오늘은 또 뭘 먹어야하나. 아직 개구리가 겨울잠에 들지 않았다. 계곡에서 크고 작은 돌을 뒤집어 개구리를 몇 마리 비닐봉지에 담는다. 굵은 다슬기도 제법 주웠다. 개구리 다리만 껍질을 벗겨서 나무꼬챙이에 꽂아서 마른 풀로 굽는다. 금시 노릇노릇해진다. 다슬기는 코펠에 담아서 소금을 살짝 넣어서 삶는다. 보글보글 끓는다. 다슬기 특유의 향내가 풍긴다. 오늘저녁은 멋진 식사다.

   새벽에 일어났더니 간반에 서리가 내렸다. 벌써 입김이 뽀얗다. 여기가 어딘가. 지리산 자락이라도 좋겠지만 이제는 미지의 안데스 산록을 꿈꾼다. 거기는 꿈의 트래킹 코스. 고도 3천 미터 이상이라 나무는 없고 듬성듬성 풀 밖에 없다. 그래도 마른 나무 그루터기가 있다. 관솔만을 모은다. 칼로 부드러운 나무를 깎아서 톱밥처럼 만든다. 잔가지들을 얹고 관솔 몇 개를 포개서 불을 붙인다. 나무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자작자작 잘도 탄다. 연기 사이로 멀리 메마른 계곡 위로 콘도르가 날고 있다.   2022.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