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行路)

소년의 방황 7, 비의교단(秘儀敎團)

청솔고개 2022. 3. 10. 23:19

 

                                                                                                       청솔고개

   소년이 소속된 비밀 비의 교단은 시내 모처 왕릉 앞에 마련되어 있다. 이른바, ‘성전(聖殿)’ 이라 불린다. 중앙의 상부에는 전체를 통할하는 본부가 있고 여기는 지역의 6지부다. 하지만 소년은 다른 학생 신도들과 그곳에 자주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모종(某種)의 환난(患難)이 엄습(掩襲)해서 고난(苦難)과 핍박(逼迫)을 받는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환난(患難), 핍박(逼迫), 성전(聖殿), 빈집’이란 말은 앞으로 그 시절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 된다. 그래서 교외에서 베풀어지는 구역예배(區域禮拜)로 전체 집회를 대신했다. 이른바 그리스도 초대 교회 카타콤 류의 지하 교회와 같은 원리라 했다. 지금은 정말로 고난의 시기다. 그래서 그 주체는 이 세상을 구원할 재림(再臨)주는 두 번째 오시는 분이라 칭(稱)해졌다. 그 때 일간지에 사회면에 거의 맨 위쪽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 기사가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하교하면서 시립도서관 분관 문화원에 비치된 신문을 자주 훑어보던 습관이 있어서 그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敎, 교주(敎主)○○○, 재림주 자처. 비밀리에 포교, 어린 학생과 주부 포섭, 상행위 시키며 금품 상납 강요. 가정 파탄과 사회적 불안 야기 등등…….’ 대략 이 같은 기사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위 신문 기사에 폭로된 것처럼 그 비의 교단의 비밀 활동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비의 교단은 그 교리 상 이런 사실은 예정된 섭리 상 환란과 핍박이라고 해명하고 강변하였다. 비밀주의는 본의 아니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또 확인 안 된 사실이 왜곡되어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그 진상이야 지금도 잘 알 수 없지만 비밀 교단의 입장은 ‘실상은 명명백백 깨끗한데 교리상 비밀주의 고수 때문에 뭔가 구린 게 있어서 숨긴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래서 자그마한 건더기가 무수한 언어도단의 억측기사를 생산했다.’이다. 언론과 일반 사회에서는 ‘왜 떳떳하면 그렇게 숨기느냐, 만천하에 공개해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게 아닌가. 아이들에게 껌팔이 같은 것을 강요해서 교단에 헌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이다. 신문 기사․방송에서는 대대적으로 그 비의 집단을 사교(邪敎) 집단으로 매도하였다. 소년이 소속되어 있는 지부도 비의 교단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피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교회에서 비밀리 조성된 지하 시설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고 심지어 남녀 신도들이 발가벗고 함께 어울려 춤까지 춘다.’는 꽤 그럴듯한 소문까지 난무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기간에는 성전에서 집회할 수 없었다. 남의 눈을 피해 숲속에서, 강변에서, 자취방에서 은밀히 이른바 환란 기간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었다. 그래서 ‘너희는 비둘기 같이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울지어다.’라는 성경 구절은 이 당시 가장 많이 인용되었었다.

   그래서 이 때 이미 그 비의 종교 집단에 대한 일종의 안티 세력이 곳곳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소년의 중학교에서는 자칭 ‘호랑이단’으로 부르는 핍박 집단이 공공연히 그 비의 교단 학생회 조직에 대해서 해코지를 일삼았다. 그 안티 세력집단은 교단 학생회 조직을 ‘토끼단’으로 명명하면서 심심하면 괴롭히는 것이었다.     2022.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