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그해의 농막일기 16(고춧대 세워주기, 참깨포기 개화 및 결실, 2012. 7. 14.~2012. 7. 27.)
청솔고개
2022. 3. 31. 01:23
청솔고개
2012. 7. 14. 토. 비
오전에 느지막하게 농막에 가서 두 이랑의 고추 대를 바로 잡아 주었다. 탐스럽게 달린 고추열매가 정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동생이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동생은 그냥 의기소침하다. 의욕 상실의 모습을 보니 이제 이 원예 치유 작업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나의 속단인가. 동생이 농사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유난히 민감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걱정된다.
2012. 7. 15. 일. 비
오후 시간에 좀 쉬었다가 4시 지나 아내와 같이 농막에 나갔다. 나는 주변의 풀을 예초기로 베고 아내는 채전 밭에서 깻잎과 방울토마토를 따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동생이 우산을 가져다 나를 받쳐 주니 참 대견하고 고맙다. 그런데 좀 전의 행태는 참 걱정되고 실망스러웠다. 혼자만의 불평불만이 이어진다. 걱정이다. 혹 이런 환경이 동생의 마음 평화를 더 깨트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비가 끊임없이 세차게 내린다. 거의 폭우다. 예정했던 지리산 산행 계획이 무산될 것 같다.
2012. 7. 16. 월. 흐림
오전에 허리가 많이 뻐근하다. 어제 일로 피곤하다. 그 증상이 좀 심하다. 몸이 탈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동생의 치유 프로그램으로서의 농사일은 여기서 정말 한계를 맞이하는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로 하자.
2012. 7. 17. 화. 흐림
동생과 같이 병원 진료를 끝내고 큰집에 들러서 동생의 여름옷을 챙겨서 농막으로 나왔다.
2012. 7. 27. 금. 맑음
엊그제 준비한 카세트 라디오를 가지고 농막에 도착하니 동생은 아카시아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다. 여유가 있어 보여 좋다. 방에 들어오라고 해서 사용법을 일러주었다. 라디오방송, 테이프사용법, CD 사용법 등을 알려주었다.
고추밭을 둘러보다가 부주의해서 내가 가장자리에 매 놓은 끈에 걸렸다. 그 바람에 박아놓은 말뚝에 들이박혀서 오른쪽 다리 앞부분이 제법 찢어졌다. 동생이 이를 보더니만 몹시 걱정해주면서 나보고 바셀린이라도 바르라고 했다. 참 고맙다. 유달리 굵은 고추열매가 검붉은 색을 띠기 시작하는 게 눈에 뜨인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매운맛은 있는 건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굵기는 무척 굵다. 동생한테 농약 치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아침에 ㅈㅂ아재가 농약봉지를 가져갔다고 했다. ㅈㅂ아재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하다.
참깨포기가 그동안 키가 많이 컸다. 열매도 아래서부터 여물기 시작한다. 채전 밭에 가 보았다. 호박넝쿨, 고구마줄기, 잡초 등이 엉키어서 생명의 향연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12시 쯤 되어서 동생 데리고 냉면이나 먹자고 인근 동네 갔더니 냉면 하는 중국집이 없다. 영양도 보충할 겸 보신탕 한 그릇씩 했다. 2022.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