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그해의 농막일기 17(홍고추 첫 수확, 농협 첫 출하, 2012. 7. 29~2012. 8. 3.)
청솔고개
2022. 4. 1. 01:31
청솔고개
2012. 7. 29. 일. 맑음
염천이 계속된다. 새벽에 농막에 나가려다가 아내의 곤한 잠을 차마 깨울 수 없어서 미루었다. 8시 지나 기상하여 아침 밥 먹고 나니 10시다. 오늘 오전은 농막일은 접어 두더라도 우리 집 마당의 농장이나 손 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오이 포기, 방울토마토 포기를 바로 올리기 위해 막대를 다시 꽂고 줄도 연결해 주었다. 아울러 깻묵도 통에 넣어서 물을 부어서 거름할 수 있도록 두 통을 마련해 보았다. 그래도 아직 2조각이 남아 있다. 오이 녀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커가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귀엽고 신기하다. 그 약한 줄기에 그 굵은 오이를 달고 이 더위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2012. 7. 31. 화. 맑음
연일 폭염 경보 발령. 숨이 막힌다. 중국 동갑계중 여행 가기 전부터 농장 관리가 걱정이 된다. 그 기간 동안은 또 어떡할꼬!
2012. 8. 1. 수. 맑음
드디어 8월, 농사의 계절인가. 중국 황산 여행 준비에 마음이 바쁘다. 8.3(금)~8.7(화), 4박 5일 일정이다. 이층 가방도 챙기고 속옷도 정리해 본다. 우선 여행에 필요한 기본부터 모아보았다. 농막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여행 실감도 잘 안 난다.
우선 내일 모레 홍고추 내기 위해서 초등 동기 ㅊㅇㅅ 친구에게 규격 박스를 100개 구입했다. 한 개 700원씩 7만원을 지불했다. 그냥 가기가 뭣해서 빵 한 통 사서 갔다. 친절히 대해 주어서 고맙다. 그 친구의 농장을 찾는데 좀 애를 먹었다. 알고 보니 이웃 동네 북쪽 바로 입구 속칭 ‘비각걸’ 옆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까라 장에 갈 때 뿐만 아니라 그 후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향 마을에 계실 때 다니러 오면서 가면서 거쳐 가던 마을이다. 그 어린 시절 기억이 생생하 다. 농막에는 할머니뻘 되는 일꾼들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열심히 고추를 선별하고 있었다. 대단한 일터다. 이럴 때, 내가 고향의 면 단위 동갑계중 모임 회원이라도 된 게 참 잘 된 것 같다.
2012. 8. 2. 목. 화. 맑음
하루 종일 고추를 땄다. 엄청나게 더웠지만 여행 앞두고 일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미친 듯이 정신없이 고추를 땄다. 상 13, 중 1, 하 2 박스 모두 16 박스다. 이 첫 수확, 정말 감개무량하다. 사진도 찍어 두었다. 내일은 일찍 와서 근처 농협에 납품해야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잘 될는지 걱정이다. 오늘도 물 대 주고 비료 주고 약도 쳐 주어야 한다는데 우린 그저 ㅈㅂ아재 거취만 바라볼 뿐이다. 가뜩이나 본인 일에 바쁜데 자꾸 물어보는 것도 성가시지 않겠나.
2012. 8. 3. 금. 맑음.
아침에 농막에 나갔더니 ㅈㅂ아재가 고맙게도 나와 주었다. 여행 떠나기 전에 밭에 물을 한번 대야 하는데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고향 마을 친구 ㅎㅅ가 지나가다 밭에 들렀다. 나를 보고 참깨 농사가 참 잘 되었다고 칭찬해 주었다. 오늘 홍고추 수확해서 첫 출하. 참 보람되다. 아침 10시까지 농협 위탁 발송 장소에 하치해 놓았다. 2022.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