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그해의 농막일기 21/ 참깨 수확, 보관, 타작 등, 새벽까지 이어진 홍고추 선별과 포장 작업(2012. 8. 27.~2012. 9. 1.)
청솔고개
2022. 4. 5. 02:12
청솔고개
2012. 8. 27. 월. 흐림.
ㅎㅅ친구한테서 전화 왔는데 바로 못 받아서 다시 했더니 참깨 밭 일 놉 때문이라고 한다. 친구가 고맙다. ㅈㅂ아재와 조율해서 깻단을 하우스에 넣는 일을 좀 부탁했다. 잘 된 것 같았다. 아내도 참깨 때문에 걱정을 하였는데 결국 잘 된 셈이다. 동생한테 참과 점심 준비 이야기를 했더니 좀 힘들어 한다. 일단 던져 본 것이다. 그런 상황도 동생한테는 필요한 거다. 점심때쯤 ㅈㅂ아재로부터 깻단을 다 들여놓았다고 하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일가, 이웃친구가 좋다. 이제야 태풍 때문에 깨 농사를 망치나 했는데 마음이 놓이고 개운하다. 품값 각 2만원도 대신 지불했다고 했다. 저녁에 아내가 ㅈㅂ아재에게 그간의 도움과 수고에 어떤 보답을 우선해야 하지 않겠나하면서 고마워했다. 나도 동감이다. 고기라도 좀 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좋을 것 같다고 합의했다.
이번 농사일이 성공적으로 일단락 된 거와 우리의 수고를 자축하면서 오돌 족발 안주를 시켜서 저녁으로 대신했다. 난 소주 두 잔도 곁들였다. 기분이 좋다.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그런데 아내의 피부가 너무 많이 안 좋다. 안쓰럽다. 아내는 소주도 한 잔 못했다. 가려움을 참으려고 애쓴다고 되나. 안간힘을 다 쓴다. 10시도 되기 전에 잠이 들었다. 동생한테서 종일 전화가 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홍고추 구매자가 품질에 대한 항의를 해왔다는 내용이었다. 매우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2012. 8. 28. 화. 비 온 후 갬
태풍 볼라벤 상륙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신 것 같다. 농막일이 많이 걱정된다.
2012. 8. 30. 목. 비
지금은 오후 3시 가까운 시간, 그간 태풍이 몰고 온 비는 개고 바람만 분다. 농막에 지장은 없는지 걱정은 되지만 우선 가을바람 냄새가 난다. 봄 아지랑이와 함께 가을바람의 마르고 맑은 냄새를 난 참 좋아한 것 같다. 마음이 좀 홀가분해진다.
2012. 8. 31. 금. 맑음
태풍 덴빈이 물러 가고난 아침은 정말 내 생애에 가장 맑고 찬란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저녁에 아내와 같이 내일 농막 일에 대비한 참(간식) 준비 등을 같이 했다. 아내가 고맙다. 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2012. 9. 1. 토. 맑음
오늘도 또 농막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힘들다 하면서도 잘 버티고 내심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9시 지나서 농막에 도착했다. 우선 참깨 타작을 했다. ㅈㅂ아재가 친절히 시범을 보였다. 왕년에 참깨 다섯 가마나 지어보았다고 했다. 우선 ㅈㅂ아재 비닐하우스에 있는 걸 꺼내서 다시 묶어서 아내가 막대로 토닥거리니 정말 ‘깨가 쏟아졌다.’
밖으로 들어낸 바람에 말라서 느슨해진 깻단을 다시 묶어서 아내에게 주면 아내가 터는 것이다. 그 후 다시 깻단 낱단을 묶고 세 단을 다시 묶어서 세워서 말리는 것이다. 두 번째 터는 깨가 제일 품질이 좋다고 하는데 어떨지? 항상 ㅈㅂ아재의 도움과 조언이 정말 고맙다. 깨를 말리는 비닐하우스는 한증막 같았다. 사우나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일 때문에 체중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았다. 따로 운동을 안 해도 말이다.
오후 3시 지나서 4시 쯤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일이란 때가 있으니 이렇게 무서운 거다. 오후에 다시 깨 털다가 오늘 저녁답에 드디어 5차 고추 수확에 들어갔다. 수확의 보람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의 행복이다. 동생하고 세 사람이 자주 가던
근처 식당에서 고디국으로 저녁을 같이 먹고 밤 12시까지 홍고추선별과 포장 작업을 했다. 아내의 집중력과 애살이 대단하다. 아내는 온몸이 땀이 범벅되고 피부염으로 벌겋게 돋아 오르는데다가 또 팔과 어깨통증, 허리 통증 등 그야 말로 천신만고다. 아내가 잘 참아주고 즐거운 낯빛으로 오히려 게으름 피우는 우리를 다그친다. 그 모습이 더욱 믿음직스럽다. 정말 고맙다. 내가 신문을 잠깐 보는데 아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 바람에 동생마저 움찔해서 같이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새벽 12시 30분에 귀가, 씻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아내는 내일 먹을 참과 간식 준비로 3시 지나서 잤다나. 2022.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