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2

청솔고개 2022. 5. 13. 17:57

                                                                                                                  청솔고개

   2021. 9. 3. 요양병원에 11시에 도착했다. 아버지 이송할 구급차가 다른 환자 이송한다고 좀 늦다고 했다. 요양병원에서 11시 30분에 출발했다. 도착한 병원 응급실 앞은 코로나 검사 등으로 혼잡하였다. 아버지는 폐 엑스레이부터 촬영한 후 코로나19증상을 판별한다면서 응급실 입실 자체가 계속 지체되었다. 거의 1시간 30분 넘도록 기다렸다. 요양병원 이송 팀 두 사람에게 괜히 내가 미안하다. 아무래도 요양병원 의사와 이곳 담당 의사와의 소통 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 일단 아버지 코로나19검사 결과가 확인 안 된 상태이고 가벼운 폐렴 기운이 발견돼서 절차상 격리병실2호에 들어갔다. 일종의 독방신세가 된 셈이다. 내가 도중에 물과 기저귀를 가지러 내 보내 달라고 했더니 관리하는 간호사가 강하게 제지한다. 우격다짐으로 소리 질러서 겨우 나왔다. 내 분노가 참을성을 잃고 터져 나온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안 하면 중간 방에 갇혀서 화장실도 못 갈 상황에 빠질 뻔했다. 일단 차에 가서 물과 기저귀를 챙겨 들어왔다.

   내가 꼼짝 못할 처지가 돼 황급히 동생한테 연락해서 오라고 했더니 왔다. 택시 타고 동생이 왔다. 가족이 이래서 소중하다. 컨테이너로 급조한 듯한 임시 병동 출입문에서 동생과 출입증을 교환하고 집에 가서 식사했다. 집에서 급한 것부터 다시 챙겨서 돌아왔다. 동생한테 조심해서 가라고 인사만 했을 뿐 나는 문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새벽 2시 지나 1차로 7106호 1인실로 이송되셨다. 아직 아버지의 2차코로나19검사 결과를 봐서 최종 병실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런 조처로 보아서 한편 병원당국의 그 철저함에는 신뢰감이 든다. 아직은 임시 병실의 새벽……. 아버지는 불안하고 불편함,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발하며 고통스러워하신다. 그때마다 손잡아드리고 현재 상황을 차분히 설명해 드리면 알아들으셨다는 듯이 평온해지신다. 아, 여기 우리 아버지를 어쩌면 좋을까? 가슴이 미어져온다. 내 머리는 어지럽고 답답하고 갑갑하다. 아버지는 예의 그 죽고 싶다는 말로 답답하심을 호소하신다. 거의 외마디 비명 같기도 하고 고독한 들짐승의 포효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침상 난간 위로 손을 내밀어 내가 잡아 주기를 바라신다. 젊으셨을 때는 그냥 좀 투박하고 억세고 굵기만 하다고 느꼈을 아버지의 손이 이제는 살이 따 빠져나가 마른 고목의 드러난 뿌리 같기도 하다. 더욱이 이제 의사소통이 그 10%도 안 되는 것 같으니 그 답답함이야 오죽하시겠나. 아버지의 흉중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이를 지켜보면서 나도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5시 지나 잠시 눈을 붙였다. 엊저녁에 이어 오늘 새벽까지 아버지의 임시 병실을 지키면서 몰려오는 졸음과 피로 때문에 어제 집에서 준비해온 간식을 절제하지 않고 수시로 먹어도 되니 내 몸에도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이러다가는 내 건강마저 더욱 잘못될 것 같아서 마음이 매우 복잡하다. 병원 요구에 의해 아버지와 나의 코로나19검사를 해 놓았다.

 

   2021. 9. 4. 오전 11시 좀 지나서 약속대로 서울에서 여동생 내외가 다녀갔다. 그들이 기본적인 자식 도리는 다한다는 그 신념은 기특하지만 잘 걷지도 못하는 큰 오라비를 두고 떠나는 그들의 마음은 편치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구내 편의점에서 커피와 감주를 사서 쥐어 주었다. 장거리 운전에 조심하라는 당부 잊지 않았다. 동생 내외를 떠나보내고 혼자 올라오니 더욱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간호사가 아버지의 코로나19검사 음성결과가 나오면 병실을 옮겨야 한다면서 3인실과 6인실의 특징을 설명해 준다. 일단 결정해 놓으라고 한다. 간호간병통합병실이나 중환자실 강력히 원한다고 하니 그게 조건에 맞아야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내 척추관협착증 허리 병증으로 걸음도 불편한 걸 호소하면서 일단 그런 뜻만은 전해 달라고 했다. 삐거덕거리는 발걸음으로 사전 답사를 두 번한 끝에 찾아가 보니 아무래도 6인 실의 번잡함보다는 좀 좁지만 3인실이 외려 아버지에게 나을 듯해서 그리로 결정한다고 전했다.

   종일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많은 생각의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는 가끔 너무나 답답한 하신 듯, ‘아무개야! “ 하고 내 이름을 부르신다. 창 너머 강변에는 초가을의 빛깔이 이미 가득하다. 가을이다. 아버지는 너무 답답하신 듯 누웠다 앉기를 반복 하신다. 이제는 말릴 겨를도 없다. 그냥 그러시게 뒀다. 나는 자주 손을 잡아드리고 다리를 주물러드린다. 아버지와의 이 길고 기약 없는 동행도 언젠가는 마무리될 것이다. 그 때 회한의 감정 조금이라도 적게 하기 위한 나의 생각이 깔려 있음은 솔직한 내 입장이다. 이런 나의 힘든 생활에도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나 빗줄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아내의 정다운 목소리다. 천리 밖에 있어도 이렇게 말은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드디어 아버지의 2차코로나19 검사 음성이 통보돼 예약한 6층 3인실로 이동했다. 가운데 자리라서 많이 좁고 답답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좀 있으니 아버지가 분명한 목소리로 “답답하다, 1인실 가자…….”를 자꾸 반복하신다. 바로 옆의 병상 환자는 노골적으로 이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정신이 없으신 환자는 별도조처를 해야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오늘 저녁 잠자기는 다 틀렸네.”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일단 왔으니 하룻밤만 묵어보고 어떻게 하겠다는 말로 그 환자에게 양해를 구해 보았다. 그래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될 것 같았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3인실의 답답함을 호소하시는 것이었다.

   간호사에게 이 상황을 말했더니 간호간병통합실은 규정이 맞지 않아서 이용할 수 없고 그 동안 1인실이 하나 생겼다고 했다. 잘 됐다싶어 5층 북쪽 1인 병실로 바로 옮겼다. 병원에 들어온 지 이번이 네 번째 이사다. 새 병실에서 아버지는 불도, 티브이도 끄라고 하신다. 아버지는 답답함에 벗어난 자유로운 분위기를 감지하신 듯 온갖 요구가 많으시다. 이틀 밤 동안 간병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피곤해서 새벽에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잠결에 아버지는 끊임없이 같은 어조로 웅얼웅얼 뭐라고 호소하신다.    202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