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4

청솔고개 2022. 5. 15. 01:00

                                                                                                     청솔고개

   2021. 9. 7. 꾸준히 스스로의 도시락을 집에서부터 준비해 밥을 먹으니 정말 펜션에 놀러온 기분이라도 든다. 오전에 아버지께서 잠을 깊이 드신다. 참 다행이지만 저러다가 오늘 저녁 힘드시면 어떡할까 싶기도 하다. 오후에 아버지 콧줄 제거 검사를 하기 위해서 2층 촬영실에 모시고 갔다. 휠체어를 원하시더니 참 잘 됐다. 기다리면서 오면서 가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모시고 다녔다. 아버지 휠체어를 이렇게 태워드리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검사 결과 꼭 콧줄을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버지께 콧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을 해 드렸더니 손을 콧줄에 대면서 오후 내내 지금 콧줄 뽑지 않느냐고 보채신다. 타일러 드리니 함부로 하지는 않으시는데도 조마조마하다.

   오늘도 의사가 직접 병실을 방문해서 콧줄을 뽑아도 된다고 하면서 연하곤란보조제라는 걸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구내 의료용품 점에서 구할 수 있는데 6시 반까지만 문을 연다고 해서 급히 내려가서 샀다. 오늘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집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내일 퇴원하면 아버지와의 이런 시간도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였다. 어쨌든 부자간의 이런 시간은 참 소중한 것, 더욱 돈독하게 보내야 할 텐데 아버지가 심적으로도 답답함을 호소하는데, 말까지 많이 상실하고 있으시니 더욱 딱한 노릇이다. 저쪽 요양병원에도 연락을 해 놓은 상태다. 저녁은 바로 죽과 반찬이 나왔다. 죽은 삼분의 이 정도, 반찬은 삼분의 일 정도 드셨다. 저녁 먹고 난 뒤 내일 퇴원 준비부터 모레 서울행을 위해 준비에 신경 썼다.

   오전에 곤한 잠을 주무시더니 아버지는 연신 절규에 가깝게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호소하신다. 오늘 밤이 아버지와 마지막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마 그럴 것 같기도 하다.

 

   2021. 9. 8. 오늘 드디어 아버지와의 5박 6일의 동행 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1인실이라 펜션 생활을 방불케 한다. 어제 오후 콧줄을 뽑고 나서 다소 신경이 쓰였는데 그런대로 잘 적응하신다. 아버지는 평온을 좀 찾으신 것 같다. 그러다가도 큰소리로 “휠체어, 휠체어!”하고 외치신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내가 간호사에게 휠체어 부탁했더니 숫자가 부족해서 다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번 알아보겠다고만 한다.

   아침에 퇴원 서류를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요양병원 원무과장이 아버지 용태가 아직 불안정하니 주말까지 퇴원을 미루었으면 한다는 주치의의 주장을 대신 전하면서 그랬으면 한다고 했다. 너무 황당하여 그러면 어제라도 그 사실 알려줘야 할 텐데 지금 퇴원수속이 거의 끝나는데 곤란하다고 했다. 본인은 중간 입장이라서 전문가인 주치의에게 자꾸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좀 있으니 퇴원 수속이 끝났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다시 이를 통보했더니 지금 위급환자 응급처치로 전화 연락이 안 되는데 한 번 다시 말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맥이 빠지고 긴장감이 배가 된다. 다행히 퇴원수속이 완료됐다는 이 상황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요양병원 재입원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절차에 따라 병원비도 내고 필요한 서류도 발급 받았다. 오전 11시까지 요양병원에서도 모시러 왔다. 이제 또 동행의 시간이 끝나간다. “아버지는 간헐적으로 퇴원 언제 하노?” 하신다. 어제는 “퇴원 집에, 퇴원 집에…….”를 반복하시기도 했다. 안타까운 어른, 이를 어찌하랴.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온다. 더구나 말도 잘 못하시고 그 답답함은 본인이 아니면 체감할 수조차 없을 것 같다. 아버지도 나도 코로나19검사 음성 판정 통보 받은 것은 그나마 이번 동행에서 안심이 되는 부분이다.

   다시 요양병원이다. 재활의학과 아버지 주치의는 아버지의 용태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자세한 상황을 해 주니 오히려 고맙다. 대여섯 번 이전과 같은 입원 사인을 하고 나머지 연하곤란보조제 사용, 틀니 등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이제 아버지가 올라가시는데 인사라도 하라고 옆에서 말해준다. 손을 잡아드리고 머리를 쓸어드리며 작별 인사를 했다. 혹 이 인사가 이승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다시 비감해진다.    2022.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