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1

청솔고개 2022. 5. 16. 01:00

                                                                                                                    청솔고개

   2014. 11. 14. 아침 먹고 바로 큰집에 갔다. 어머니는 거의 인사불성 상태였다. 바로 119 이송을 요청했다. 아버지가 동승하고 내가 내 차로 뒤따라갔다. 곧장 응급실로 갔다. 구급차 비용은 궁금했었는데 소방서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시내 운행은 별도 비용이 없다고 한다. 정말 이런 제도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치매 약 기운 때문에 깔아져서 식사 못하면서 그 부작용 같다고 했다. CT, MRI 검사도 하고 입원 수속도 밟았다. 아버지는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실 때 무리하고 과하게 응대하신 게 큰 자책감으로 남으시는 것 같다. 1차 7층 병실에 입원했다가 다시 3층 중환자실로 이송했다. 담당의사는 MRI 결과 소견으로 뇌경색이 왔다고 했다. 아내도 다시 같이 왔다. 아내는 응급 상황이라서 보호자 대기실에 대기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거의 눈을 뜨지 못하시고 의식도 없으신 것 같다.

   낮에 셋째 종숙의 전화가 있었다. 자초지정을 설명해드렸더니 면회 시간을 물으셨다. 저녁에 큰 종숙모, 둘째 종숙모, 셋째 종숙께서 문병 오셨다. 면회 시간에 잠시 어머니를 대면하셨지만 어머니는 누가 오셨는지 알 수 없으셨으리라. 안타까운 일이다. 아내는 오늘 저녁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면서 대기실에서 대기하겠다고 하고 준비해서 다시 왔다. 코에 관을 넣고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시고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상태로 죽은 듯이 계시는 어머니 모습이다. 이에 오늘 하루 난 망연자실하면서도 이럴수록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절차와 순서를 챙기고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하는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고 스스로 독려해 본다.

 

   2014. 11. 15. 둘째 종조부모님 이장식에 참석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큰집에 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동생도 같이 병원에 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병원 중환자실 입원 중 어머니가 걱정되시는지 이장식에는 안 가시겠다고 하신다.

   나는 이장식을 마치고 봉숭을 가지고 병원에 갔다. 삼촌도 와 계셨다. 두 분께 이장 음복 봉숭, 편과 홍시를 드렸더니 잘 잡수신다. 아내도 도착했다. 어르신들께 구내식당에 가서 저녁을 대접하려고 하였더니 안 된다고 해서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대접을 해 드렸다. 두 분 형제는 오늘 큰집에서 같이 지내시며 얘기 좀 나누신다고 하신다. 늘그막일수록 형제의 우의가 더 소중한 법이 아닌가. 아내는 오늘도 보호자대기실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하는 걸 내가 만류해서 같이 집에 오도록 했다.

 

   2014. 11. 16. 오늘 어머니는 5층 내과 중환자실로 또 이동했다. 어젠 병상이 없어서 3층 외과 중환자실에 있었다고 했다. 뇌경색병변이 나타났다고 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눈도 제대로 뜨시지 못한다. 눈언저리에 낀 눈곱 같은 것도 더 못 볼 것만 같았다. 오늘 초등 동기회 여행 모임 참석은 포기했다.

 

   2014. 11. 19. 저녁 시간 어머니 병문안하고 나니 시간이 너무 지체해서 중고 동기회 모임에도 못 갔다. 중환자실의 어머니는 별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2014 11 20 .어머니 병세가 여전하고 차도가 없어서 참 답답하다. 앞으로의 일이 기약 없다. 막내 여동생이 와서 같이 병원에서 어머니 위문을 했다.

 

   2014. 11. 21. 날이 계속 푸근해서 다행이다. 서울에서 첫째여동생이 어머니 찾아뵙기 위해 오후에 왔다.

 

   2014. 11. 22. 아내와 같이 기분도 전환할 겸 공원 산책을 갔다. 저녁에 서울서 둘째남동생이 와서 첫째남동생과 같이 삼형제가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같이 식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못해 참 아쉽다. 오랜만에 형제간에 만나서 깊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좋은 시간 보내고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삼형제가 나란히 엄마의 병 위문을 갔다 오니 참 좋은 모습이다.

 

   2014. 11. 23. 11시 30분쯤 남동생 둘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먼저 첫째남동생한테 어머니 뵈라 하고 다음 내 차례로 했다. 막내남동생이 멀리서 오기도 했고 또 자주 뵐 기회가 없다 싶어서 제일 많이 시간을 줄 겸 맨 나중 순으로 돌렸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 행복하시다. 딸 둘에 이어, 아들 셋 모두 와서 잠시라도 병상을 지켜드렸으니 말이다. 마치고 근처 오리고기 식당에 가서 식사하면서 모처럼 3형제 모임을 가졌다. 둘째남동생의 앞으로의 계획, 회사 퇴직 후 고향에서 형제간 뭐 소일거리라도 모색해 볼 것, 우리 형제자매들의 우의를 돈독케 하는 방안 등을 화제로 좀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내 보았다.

   우리 삼형제가 큰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우리한테 진정으로 고마우신 듯이 말씀하신다. “너희 삼형제가 어제에 이어 오늘 너희 엄마 면회 갔다 오는 거 보기가 참 좋다”. 모처럼 삼형제의 회동이라서 나도 기분이 좋다. 집으로 오는 걸음으로 둘째는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동생아, 언제 또 올래, 엄마도 저러신데’라고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저녁에는 아버지께서 이제 밤에 운전하는 것도 힘든다고 하시어서 아버지 모시고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갔다.    202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