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13

청솔고개 2022. 5. 28. 03:53

                                                                                            청솔고개

   2014. 12. 19. 오전 10시에 아버지께서 오셨다. 10시 타임 위관영양을 해드리고 나왔다. 요즘 아버지는 진정으로 내게 고마워하시고 또 미안해하시는 것 같다.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집에 가서 아내와 며칠 만에 겸상으로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중고 동기회 모임 마치고 바로 병원에 갔다. 아버지는 식당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내가 들은 퇴원과 요양병원 입원에 대한 주치의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한 것처럼 아버지께도 전해드렸다. 격리 1인실에 있는 이유는 어머니가 치매로 정신없이 떠들어서도 그렇지만 항생제 내성 장구균 감염 때문이라고 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노약자들한테는 치명적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가 두 번 모두 음성으로 나와야 그 때 퇴원을 의논할 수 있다는 거다. 요양병원에서도 이런 균이 검출되면 받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쓰레기통, 각종 환자 의류 수거에 “감염”이라는 표식을 한다는 거다. 그래도 어머니의 통증 호소, 머리 흔드는 현상, 눈뜨는 모습, 잠자는 시간 등을 관찰해 본 결과 많이 평온해졌다는 사실에 아버지도 많이 고무되신 것 같다. 어머니의 용태에 대해 다소 낙관적이라는 이런 생각이 우리 부자의 표정을 좀 밝게 하고 목소리도 희망적이 된다. “그만, 일어나서 죽이라도 먹으면 되겠는데…….” 하고 기대 섞이신 말씀을 하신다. 주차장에서 좀 가다가 아버지차가 펑크 고장이 났다고 내게 연락을 해왔다. 그래도 힘드시면 내게 이렇게 연락을 주시니 자식은 자식이고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 그런 아버지가 고마우시다. 펑크 사실을 보험 담당자에 연락하시도록 해서 처리되도록 해드렸다. 집에 도착해서 전화하시는데 아버지가 많이 고마워하시는 목소리다.

   저녁 9시 좀 지나서 어머니 코 줄이 빠져버려서 또다시 후회막급이다. 제대로 옆에서 보살펴들지 못한데 대한 자책감 같은 거다. 다시 코 줄 세 번 만에 끼웠다. 한 시간 동안 시도해도 못했던 전에 비해서 이번엔 크게 힘들지 않은 거다. 담당 의사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10시 타임 위관영양공급은 못했다. 약은 먹여도 된다고 해서 먹여드렸다. 비교적 잘 주무신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잡수시는 것에 비해 대변 양이 정말 많다. 수시로 점검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불에도 대변 자국도 묻어 있다. 냄새도 난다. 감수해야 한다.

 

   2014. 12. 20. 새벽, 6층 병실에서 보이는 겨울 풍경은 특이하다. 새벽어둠 속에서 실루엣처럼 엷게 퍼지는 아침 햇살이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진다. 오후 2시에 아버지께서 오셔서 교대했다. 고향 동갑계중 친구 아들 혼사에 참석한 후 저녁 10시 좀 지나 병원으로 갔다. 내일 저녁부터 화요일 아침까지 당번을 정해 일러 드리면서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오늘 저녁은 아내 당번이다. 이불이 없어서 좀 걱정이 되었다. 자정 다 되어서 병원에서 나왔다.

 

   2014. 12. 21. 오전 10 시쯤 아내 교대해 주러 병원에 갔다. 오후 5시 좀 지나 고향 절친이 가고 6시에 아버지가 오셨다. 내일 모래 아침까지 계시라고 말씀 드리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하는 수 없이 말씀 드렸다. 우리는 2박1일 휴가 받은 셈인가.

 

   2014. 12. 23. 병원 가려고 준비해서 가는데 아버지께 전화하셨다. 그냥 좀 잊기도 싶고 해서 전화를 전혀 안 드렸더니 우리일이 걱정이 되시는가 싶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신 아버지도 좀 지치시는 것 같다. 전과는 달리 많이 약해지시고 불안해하시는 모습이다. “니가 장거리 여행에서 뭐 사고라도 생겼나고 생각했다.”고 하신다. 아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연스러운 가족 간의 모습,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아닌가. 나를 그만큼 신뢰하신다는 뜻일 거다.

   어제는 어머니가 정신없이 코 줄을 또 뽑아 버려 새로 설치하는데 고생하신 모양이다. 아버지는 처음 목격하신 모습이라 다소 충격 받으신 모양이다. 다섯 차례나 시도했는데 안 되어서 다시 했다고 말씀하신다. 또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지만, 아득한 느낌 또한 떨칠 수 없지만, 왠지 잘 이겨 낼 것 같다. 모래 아침까지 내가 지켜야 한다. 한 순간 순간 마음 편히 명상하듯 살아가자. 오늘 지켜보니 어머니의 용태는 대체로 비교적 평온하시다. 다행이다. 커피 한 잔 할 때, 제일 기분 좋다. 내 이 소박한 바람이란! 새벽 1시 전에 잠을 청했다. 좀 안심하고 자도 될 것 같다.    2022.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