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2019년 봄에서 여름까지 아버지와의 동행 3, 입원 후 초기의 안정

청솔고개 2022. 7. 1. 00:05

                                                                                                                                      청솔고개

   2019.5.23.    오늘은 바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티브이 화면에서 가끔 비춰지는 그의 소박한 면모가 오늘따라 더 그립다. 오월의 마지막 참 좋은 철에 가시긴 한 셈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날, 여름 오기 전 봄날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이 남아 있을 때 마치 소풍 마치고 귀가하듯 갔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해서 오늘은 북천, 서천 강둑으로 해서 병원 갔다. 강둑 옆 담쟁이 넝쿨이 무성하다. 중간에 더워서 위의 잠바를 벗으려고 미루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는데 바람이 불어 잎이 떨리는 소리가 마치 수많은 새떼가 날개 짓하는 것 같았다. 이런 오월의 한 순간은 처음이다. 내가 나이가 듦에 따라 이런 작은 자연의 움직임도 감동을 주나 보다.

   병실에 드니 아버지는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내가 싸간 도시락을 같이 꺼내서 머위, 상추도 드시게 했다. 죽이 두 그릇이라서 채소 죽은 아버지가 드시고 흰죽은 내가 먹었다. 머위가 질기다고 하신다. 다음엔 좀 잘라드리기 위해서 가위를 준비해 놓아야겠다.

 

   2019.5.24.    자전거로 아버지 점심시간 맞춰서 병원으로 출발했다. 아버지는 많이 호전되고 있으신 것 같다. 그러니 갑갑함을 더 못 이겨서 힘들어하신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드린다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아버지와 동행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이게 오히려 불편하신 듯하다. 심심함을 달래 드리는 효과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내 때문에 맘 놓고 운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너무나 뜻밖이었다. “솔직히 니가 있으면 나도 좀 덜 자유로운 것 같고…….” 내가 나오려는데 아버지는 무척 미안하고 어색하신 듯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솔직히 말씀 해 주셔서 내가 행동하기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돌아오는 길은 예술의 전당 옆, 공원 산책로로 해서 왔다. 35도 오르내릴락 하는 기온이지만 숲속은 달릴 만했다.

 

   2019. 5. 25.    오늘은 내 시간도 좀 가지고 싶어서 오후까지 집에서 쉬면서 보냈다. 앞으로의 아버지 요양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오후에 첫째동생한테서 아버지 병실 호수를 묻는 전화가 왔다. 병원에 와서 찾아뵈려하니 안 계시는 것 같다고 했다. 좀 기다려 보라고 했다. 아무래도 나도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다. 자전거로 서둘러서 출발했다. 날은 더웠지만 아직은 자전거 달리는 바람이 더 시원한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다 됐다. 병실에 아버지 찾아왔던 첫째동생한테서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전화가 왔다. 내가 다 왔으니 좀 기다렸다가 보고 갈 거라고 했다. 첫째동생을 보내고 식사 챙겨드리는데 아버지의 기분이 또 저조해 지신다. 옆에서 아무리 말씀드려도 진득하게 견디지를 못하신다.    2022.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