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이별의 인사’에서 ‘나그네 사랑’까지

청솔고개 2022. 7. 5. 01:22

                                                                                                                  청솔고개

   나는 오늘 유튜브에서 보석 같은 노래 하나를 보았다. 조용필의 ‘나그네 사랑’이라는 제목의 노래다.

   문득 현직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새로 맡은 학급의 아이들에게 학년 초에 나를 소개할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조용필이라고 소개하곤 했었다. 당시 나는 다시 태어나면 소원이 하나 있는데 조용필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의 이 작달막한 생김새나 허스키한 보이스가 흡사 리틀 조용필 아닌가 하고 너스레마저 떨었었다. 이 말은 정말 내 진심이다. 나는 이생에서는 타고난 소질과 때를 다 놓쳐버려서 이룰 수 없는 꿈을 다음 생에 간절히 기대해 보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3월 학기 초에는 학급별로 교실 환경 꾸미기를 했었는데 어느 날 뒤의 벽 흑판에 보니 담임교사인 나를 두고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해 놓고 그 밑에 조용필 가수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해서 누적해서 붙여놓곤 하는 걸 보았다. 나는 이러한 나에 대한 아이들의 과분한 찬사를 은근히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의 조용필 사랑이 아이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것 같았다. 그만큼 나는 조용필에 대해 진심이었었다.

   70년 대 말에서 90년도 초반까지 실로 이 가수의 활약은 가히 일세를 풍미(風靡)했다고 해도 남음이 있다. 나는 그가 ‘가왕(歌王)'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시 그의 히트곡과 내가 좋아하는 곡은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90년대 초에 문득 그의 테이프에 “이별의 인사”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견해 낸 것이다. 이 곡을 듣는 순간 너무 좋아서 테이프를 두 개나 구입했다. 차에 하나 두고 집에 하나 두고 계속해서 듣고 또 따라 불러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에게도 같이 듣기를 즐겨하면서 연신 나의 조용필 사랑을 펼쳐나갔었다.

   그 때 한번은 아버지 모시고 1시간 정도 걸리는 근처 해변 횟집에 식사하러 가는데 이 곡을 줄곧 들려드렸더니만 참 호소력 있는 좋은 노래라면서 이 곡이 귀에 아주 익숙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일제 강점기 때 타국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독립군의 애환을 담은 노래와 그 멜로디가 아주 닮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 곡에 대한 아버지의 해석의 진위를 떠나 아버지도 무척 이 노래를 좋아하셨다.

   그런데 오늘 그 ‘이별의 인사’가 정식으로 발매되기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먼저 ‘92신곡’이란 타이틀 하에 ‘나그네 사랑’이란 제목으로 불렀던 동영상이 내게 발견된 것이다. 가사와 곡이 살짝 바뀐 부분이 눈에 띄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나그네 사랑’이 가사나 곡에서 더 가슴에 와 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으니 30년 전 가왕의 전성기, 이후 나의 현직 시절에 대한 추억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내 어깨 위’에 ‘바람에 꽃잎’처럼 밀려온다. 아울러 온몸으로 뿜어낸 그의 한(恨)과 정(情)으로 인한 그의 삶 자체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지금에서야조금은 알겠다.

 

나그네 사랑 /박건호 작사, 조용필 노래

 

1) 바람에 꽃잎이 내리네 그님의 어깨 위에

오늘도 우리는 쓸쓸히 말없이 바라만 보네

내일은 떠나갈 나그네 신세라 그립다고 할 수 없는데

두 눈에 어리는 그님의 미소가 이렇게도 나를 울리네

떠나려고 생각하니 그님이 너무 정다워

 

2) 고요한 달빛이 흐르네 그님은 다정한데

서로가 할 말은 못하고 이토록 아쉬워하네

내일은 떠나갈 나그네 신세라 그립다고 할 수 없는데

두 눈에 어리는 그님의 미소가 이렇게도 나를 울리네

떠나려고 생각하니 그님이 너무 정다워 그님이 너무 정다워

 

 

이별의 인사/ 박건호 작사, 조용필 노래

 

1) 바람결에 꽃향기는 이렇게도 다정한데

하고픈 말도 다 못하고 쓸쓸히 바라만 보네

이제는 떠나갈 바람 같은 정이라 그립다고 하지 못하네

지금은 말없이 미소를 짓지만 돌아서면 울어야 하네

떠나려고 생각하니 그대가 너무 정다워

 

2) 오늘도 슬픈 저 새소리 내 마음을 적시는데

우리 이제 할 얘기는 이별의 인사뿐이네

이렇게 다정히 미소 짓는 얼굴도 잊을 날이 있을 것인가

가슴에 자욱한 수많은 사연을 지울 수가 있을 것인가

떠나려고 생각하니 그대가 너무 정다워

                                                   2022.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