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17

청솔고개 2022. 7. 18. 00:10

                                                                                                                                청솔고개

   2015. 1. 1.    오늘 새해 첫날 아침부터 매우 추운 날씨 같다. 실내에 있어 봐도 짐작이 된다. 실내서도 냉기가 좀 느껴진다. 아버지가 피곤하신 모습으로 10시 좀 지나서 오셨다. 해가 바뀌었지만 덕담 같은 것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어머니의 용태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씀 나누고 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2015. 1. 2.    계속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바람이 세차다. 도시락이니 이것저것 사들고 허겁지겁 병실로 오니 오전 10시가 지나버렸다. 내 삶의 존재 이유가 어머니의 간병이라도 되듯 몰두해 본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힘든 상황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유독 심하다. 도저히 집중과 몰입이 잘 안 된다. 어제 마신 술로 속도 좀 거북하다.  “엄마! 내 누고?” 나는 요즘 엄마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릴 때 써보고 그 동안 예의를 차린다고 ‘어무이’라는 존칭을 썼었는데 이제 언제 다시 이렇게 자주 “엄마”라는 호칭을 써 볼까 싶어서다. 내가 엄마의 볼을 좀 쓰다듬으면서 나직이 속삭이듯 말하면 엄마는 눈을 빠끔히 뜨고 “니 ㅇ이 아이가?” “엄마, 큰아들 ㅊ이 잘 모르겠나? ㅊ이 보고 ㅇ이라카면 어짜노?” 엄마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그래”하고 그냥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다.

   나는 참 안타까웠지만 이미 그 이상도 겪은 터라 애써 웃어 보이면서 엄마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 벌써 이 말은 열 번도 더 했을 거다. 그만큼 하고 싶었었는데 못 했기 때문이 아닌가. “내, 엄마 좋아한다. 사랑한다. 엄마도 내 사랑하재?” 그러면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참 좋다.”이뿐이다. 그래도 이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이고 반가운 말인가. 자칫 평생 듣지도 못하고 보내버렸을 것 같았는데. 나를 자꾸 큰딸 ㅇ이로 착각하는 것은 옥이와 내가 목소리가 비슷했고 ㅇ이는 엄마한테 평소에 높임말을 쓰지 않고 편하게 쓴 게 혼란을 일으켜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나도 평소처럼 “어무이…….”로 시작해서 높임말로 해 볼까 싶다. 엄마의 반응이 기대된다. 카톡에 자기 사진으로 주로 친손자손녀 사진을 등록한 사람이 있는데 그것만 보면 내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 요즘처럼 내가 현실에 소외된 느낌이 들 때도 잘 없었다. 모든 게 그들만의 잔치 같았다.    2022.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