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가시는 길 5

청솔고개 2022. 12. 12. 02:26

                                                                                                                          청솔고개

   2022.8.23.화. 흐림, 4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많이 힘드시지요?” 아내의 간곡한 목소리가 나왔다.

   나도 동시에 “아부지요? 예, 케 보이소! 대답해 보시이소! 많이 힘드시지요? 아부지요, 사랑했습니다. 아버지 사랑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하고 나직이 울부짖듯 반복했다. 이상하게 생각보다 내가 스스로 많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아내, “아버님, 말씀 한 번 좀 해 보이소!” 한다. 내가 순간 좀 가벼워진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아부지가 다리를 드시는 것 같다. 응답하시는 표시로.”, “다리를 끄떡 올리시네. 다리에 힘이 아직 있으시다.” 아내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더욱 차분해지고 밝아지는 목소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가 며칠 가실 수도 있겠고” 하고 나도 이어 받았다. 제발 이런 나의 바람이 허망한 희망고문이 안 되었으면 하고 간구해 본다. 허나 그건 아버지에 대한 실현될 수 없는 마지막 희망 같은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무작정 병실에만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집에 왔다. 곧 닥칠 수 있는 큰일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음을 접고 내려 놓아야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차에서 통화해서 먼저 예약 장례식장에서 관장하는 운구용 이송구급차를 이용하기로 운구 방법을 조율해 놓았다.    2022.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