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가시는 길 7
청솔고개
2022. 12. 14. 00:23
2022.8.24.수. 비
청솔고개
오늘 늦어도 아침 7시 전까지는 장례식장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서둘렀다. 아직 친인척도 문상객도 아무도 없다. 오전 내내 부고 보낼 곳을 선정하고 문구 다듬어서 전달하는데 시간을 다 보낸 셈이다. 아버지의 별세라는 큰일과는 달리 또 다른 일이 이렇게 비즈니스처럼 진행된다. 요양병원 가서 사망진단서 끊고 근처 은행가서 정기예금 해약하여 장례비에 대비했다. 비가 많이 내린다. 우산도 없이 뒤뚱거리면서 가는 내 모습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 같다. 망자는 말이 없고 남은 사람은 이리 현실적이 된다. 나갔다 오니 일착으로 ㅊ, ㅎ 등 절친 둘이 조문 와 있다. 고맙다. 오후가 되어도 민망할 정도로 조문객이 드문드문 보인다. 예상할 수 없어서 조화 몇 군데 요청해 놓았었는데 큰매부 측에서 많은 조화가 와서 꽉 채운다. 이중으로 세울 수밖에 없었다. 빈소와 접빈테이블이 한가하다. 그 동안 넷째 내외, 종숙모님, 셋째종숙, 막내 종숙의 맏이 재종제 등이 도착해서 같이하고 있다. 친인척과 중고 동기, 대학 동기 몇몇이 다녀갔다.
16:30에 좀 앞당겨서 입관식을 하고 성복제를 올렸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참 평온하게 보인다. 이제 입관하기 전 고인과의 마지막 모습을 같이하는 거다. 아버지의 얼굴도 만져보고 귀도 만져보았다. 차갑고 서늘하다. 이제 내일이면 이 육신은 형해(形骸)도 없을 정도로 가루가 될 것이다. 다시 자연으로 환원 회귀하는 거다. 이런 이법을 마주하고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슬픔에 겨워해야 할 이 순간이 더 차분해지는 마음이다. 아버지는 노경의 생전에 얼마나 많은 순간순간을 이런 영면(永眠), 열반(涅槃)의 경지를 소원하시지 않으셨던가! 드디어 천이 덮이고 아버지는 관속에서 영원한 잠을 주무시게 된다. 조항뻘인 종중 회장님이 오셨다. 합장을 위한 개토제 준비로 포 등 몇 가지 간단하게 준비해 드렸다. 늦게 서울 큰생질이 와서 부조금 정산을 같이 했다. 숙소 사정 상 잠자리의 편의를 위해 우리 내외와 늦게 도착한 첫째는 우리 집에 가서 자기로 했다.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일만 지나면 아버지는 오신 데로 다시 가신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환원(還元)하신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는 큰 슬픔에는 오히려 마음이 더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다. 2022.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