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오늘날 제사(祭祀)란 5
청솔고개
2022. 12. 25. 00:22
청솔고개
내용과 실질 지상주의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낡은 문화라 해서 마치 오래돼 낡아빠진 장롱을 교체하듯이 쉽게 바꿔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있다. 세상에 형식 없는 내용만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릇에 음식을 담아 놓는다고 하면 그 그릇은 형식이고 음식은 내용인 셈이다. 그릇 없이 물을 담을 수 있을까.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 등 각 종교에서 행하는 의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격조가 있다고 인식한다. 그것이 결코 헛된 예(禮)나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종교들이 혹 외국에서 들어왔다는 이유로 존중받는다면 이는 문화상대주의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고쳐서 좋게 한다는 뜻의 개량(改良), 뜯어 고친다는 뜻의 개조(改造)란 낱말처럼 끌리는 게 없다. 개량한복(改良韓服)이란 말 속에는 우리 고유의 한복에 대한 부정과 비하의 뜻이 담겨 있어서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의 기제사 문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한때 우리의 설, 한가위를 비롯한 차례(茶禮)나 기제사를 허례허식이라고 인식하던 시대도 있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였던 것이다. 당시 이중과세(二重過歲) 추방이라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신정(新正)만을 명절로 인정하여 공휴일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설은 다만 구정(舊正)이라 하여 낡은 인습(因襲)으로 취급하였던 것이다.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