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2. 12. 26. 02:13
청솔고개
오늘날 어른 세대들은 기제사니 묘제 및 성묘를 통한 묘소 관리, 상례 등 전반에 걸쳐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른 세대들이 가고나면 다음 세대들이 이런 것들 때문에 너무 큰 고생할까봐 그런다고 한다. 앞으로 갈수록 후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조상 섬기는 데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떨어지니 기제사나 묘소관리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무엇인가. 후손들의 고생인가, 아니면 묘소관리 상태를 말하는가. 이렇게 논점이 흐려질 정도로 너무 심한 걱정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앞으로 다가올 그 어느 시대에도 결국 후손들은 이어져 있을 것이다. 그 후손들이 오늘날 우리가 대응하는 것처럼 그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그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대비하고 그 해결책에 고심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든지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왜 본인이 죽은 후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로 그렇게 노심초사하는가. 미래에 닥쳐올 문제는 미래 세대를 믿고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묘소 관리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일손이 부족하여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 많은 묘소가 묵묘가 될 것이다. 세월이 더 많이 흘러가면 그 묘지 위에 나무가 자라고 봉분은 뭉개져서 그냥 평범한 땅의 일부로 될 것이다. 엄정한 자연 환원의 원리가 적용된다. 이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멸되는 것이다. 지금도 산을 다니다 보면 수십 년 동안 벌초 한 번 안해서 묘소인지 언덕인지 모를 데가 많다. 명문이 새겨진 비석이 없으면 이 묘소에 묻힌 본인이 언제 어떤 사람인지, 그 후손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지나가면서 벌초 안한 묵혀진 묘소를 보면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는 어른들도 혹 있다. 그는 이 묘소 주인의 그 후손을 조상을 잘 못 모시는 후레자식 정도로 상상하겠지만 앞으로는 갈수록 이런 모습마저 아주 희귀해질 것이다.
제발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우리 역사 이래 숱한 주검을 품은 묘소가 그냥 그대로 산야 천지에 그대로 남겨져 있다면 그 모습은 생각할수록 끔찍할 것이다. 마치 주검이 썩지 않고 천지에 미만해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2022.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