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行路)

어떤 삶, 야생(野生)을 꿈꾸며 1

청솔고개 2022. 12. 28. 00:10

                                                                                                                 청솔고개

   2022카타르 월드컵 열풍이 지나간 지 2주 쯤 지났다. 4년마다 전 세계인의 밤잠을 설치게 한 이 홍역의 본질과 실체가 무엇인지 참 궁금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축구 경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스포츠 분야에 다 그렇지만 특히 공차는 데는 소질과 기량이 한참 부족하다. 대학 다닐 때나 군 생활 때 동네 축구하면서 가장 한직(閑職) 포지션인 풀백을 전담하다시피 한 데 대한 반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세계적인 스타들이 곡예사처럼 몸 놀려서 골을 넣는 그 순간만은 암만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축구 90분 경기를 차분하게 지켜보지 못하는가에 대한 자체 분석을 다음과 같이 해 보았다.

   어떤 빅게임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꼭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끝까지 볼 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팀이 설령 운 좋게 1:0스코어로 이기고 있다고 해도 상황이 동점, 혹은 역전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예상과 우려대로 동점, 역전으로 진행된다면 나는 상실감, 허탈감 등 부정적인 심리적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자체가 너무나 불쾌하고 불안해 지는 것이다. 견딜 수가 없다. 그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지고 있는 상황이면 그 자체로도 아주 기분이 나쁘고 끝까지 지켜 볼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득하게 90분을 지켜보는 게 아주 힘드는 것이다. 이게 어쩌면 시간 낭비적 행태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컨대 이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이기적인 발상이고 성향 같다. 반대로 가장 멋지고 쾌감 넘치는 슛 장면을 연출해서 이긴 게임은 본다. 단것만 골라 먹는 셈이다. 그 클라이막스의 쾌감만 탐하는 것이다.    2022.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