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 일 3

청솔고개 2023. 1. 18. 21:40

                                                                                                       청솔고개

 

   7년 전 추석 연휴 때였다. 아내는 추석 당일 일찍이 차례를 모시고 나자 말자 음복 상 차려놓고 출근길에 나섰다. 8일 동안 이어지는 추석연휴 중이었는데 아침 10시 좀 지나자 아내는 100여리 가까이 떨어진 근무처로 출근하기 위해서 서둘렀었다. 아내가 맡은 일은 공기업에 딸린 휴양소 겸 생활관 관리인 업무였는데 일의 성격상 명절 연휴가 되면 밀려드는 내방객으로 더 바빠지기 때문에 주야간 2인 교대 근무 체제에서 아예 휴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명절이라고 해서 예처럼 그런 흥성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나 혼자 그 긴 기간을 보내려니 많이 힘들었고 아내한테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아내의 일에 대한 집중도와 열정만은 높이 평가해 주었다. 이런 경우에도 아내는 자신의 소임이니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만 고수하는 것이었다.

   4년 전 4월 말경이었다. 우리 내외는 아내의 출근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내는 사고 현장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뒷수습은 나에게 맡겨놓고 툴툴 털고 급히 현장을 떠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었다. 이럴 때 1순위로 해결해야 할 것은 우리 내외와 상대방 차 탑승자의 정확한 부상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병원부터 가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사고 직후 정신을 차려 당장 일어나 보니 특별히 다친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놀라긴 했지만 별탈 없이 걸어지니 출근에 늦지 않으려고 그렇게 서둘러 현장을 떠났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아내가 얼마나 자기의 일에 대한 책임에 목숨까지 거는 스타일인가 하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이렇듯 아내의 일에 대한 신념은 상상을 불허한다.    202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