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 일 4, 아내가 아침 식사 시간이 나지 않아서 집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기찻간에서 눈치 봐 가면서 먹으면서 해결하기
청솔고개
2023. 1. 19. 00:03
청솔고개
그날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매일 내가 시내버스 승강장까지 아내를 태워주는데 그날따라 집에서 좀 늦게 출발하였다. 시내버스 도착할 시간이 임박해서 아내는 출발 때부터 조급증이 심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류장 500미터 앞에서 신호에 걸렸다. 아내는 급한 마음에 무시하고 지나가버리자고 나에게 다급히 종용했다. 이른 새벽이니 적당히 신호 무시해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말일 터. 나도 아내의 그 재촉하는 말을 듣고 생각 없이 그냥 통과하려는 순간 오른쪽 앞의 타이어 부분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왼쪽 앞으로 쑥 밀려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입에서는 동시에 “앗!”하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신호 무시로 통과하려는 그 순간 오른 쪽에서 달려오는 택시를 못 보았기 때문에 우측 전면의 충돌 사고다. 아찔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고나 할까.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문득 60년도 더 전에 고향 마을 뒷산에 소 먹이러 갔다가 10여 미터 앞의 바위에 떨어진 벼락소리는 가청의 범위를 벗어났다.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눈앞에 번쩍 하는 기운이 엄습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때도 어린 마음에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순간에 60년 전의 그 순간이 매칭될까? 참 신기했었다.
결국 그날 나도 병원 행을 하지 않았다. 상대방 운전자와 탑승객 부상정도 확인하고 경찰 신고, 현장검증 후 바로 고속버스로 서울로 갔다. 그날 첫째한테 가서 6개월 된 손주 돌보는 약속을 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앞에 소개한 바 있는 무궁화호 통근 열차를 1시간 넘도록 타고 근무하러 갈 때, 아내가 아침 식사 시간이 나지 않아서 집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기찻간에서 눈치 봐 가면서 먹으면서 해결하기도 한 사례는 이에 비하면 게임도 안 되는 것 같다. 2023.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