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 일 6, 아내는 자신의 일을 통해 언젠가 “죽음도 생의 한 양식(樣式)이다.”하는 작은 깨달음의 경지에도 이를 것만 같다
청솔고개
2023. 1. 23. 23:47
청솔고개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내의 이런 극단적인 일 중심의 성향이 신혼 초에는 내게 매우 불편했다.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런데 혼인 후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이해가 좀 된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가 이런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세 가지는, 일, 공부, 운동이라고 했다. 나중에 누가 휴식 하나를 더 보태서 네 가지로 꼽았다. 넓은 의미에서는 운동은 휴식에 포함할 수 있다. 평범하지만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다.
주변에서는 그만큼 일했으면 쉬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왜 그리 뼈 빠지게 일하려 하느냐는 듯이 이야기하면 아내는 서슴지 않고 내가 좋아서 일 한다고 한다. 그런 아내의 당당함이 나는 좋다. 아내가 사는 방식이다. 물론 본인한테는 더 좋을 것이다.
아내가 요양병원 재취업한 지 두 달 다 돼간다. 아내는 그새 낮 근무만 했지만 어르신 서너 분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수습(收拾)해야 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그 지켜보는 죽음과 주검이 무서웠으며 참 불편하고 힘들었었다고 했다. 이제는 자연의 이법으로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날도 한번씩 떠올려 본다고 했다.
아내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도 요양병원에서 방금 모모 어르신이 별세하셨다는 공지사항이 메시지로 연락이 온다. 그러면 아내는 그 어르신의 신상과 성향의 특성을 줄줄이 꿰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어젠가 가족 특별면회를 하더니 결국 그리 되셨구나." 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누구에게나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연극배우가 아니어서 극중 죽음 역할을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마는 요양병원에서 죽음의 생생한 실제 상황을 맞닥뜨림으로서 그 이상으로 느낄 것이다. 아내는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돼 오히려 인생의 깊이를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생각해 본다. 이러다가 아내는 자신의 일을 통해 언젠가 “죽음도 생의 한 양식(樣式)이다.”하는 작은 깨달음의 경지에도 이를 것만 같다. 2023.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