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 일 7, 어르신에 대해 귀찮아하거나 그 고통을 못 본 체 하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 자신은 그 직업에 대한 프로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청솔고개
2023. 1. 24. 00:47
청솔고개
아내는 최근 집에 와서 내게 어깨나 등짝에 파스를 붙여 달라고 한다. 목욕 당번 날에는 팔목, 어깨, 무릎이 더 아프다고 호소한다. 나는 파스를 붙여주면서도 때로는 그 소리가 좀 못마땅하게 느껴졌지만 나 말고 누구한테 그 통증을 호소할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자신은 아직 신입답게 어르신에게도 할 수 있는 한 공손, 친절의 태도로 모시고 섬겨야 한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안 느끼도록 자주 기저귀를 채워드려야 하며, 냉장고의 간식 챙겨드리기, 약 먹여드리기, 불편함을 콜하면 바로 가서 도와 드리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한다. 아내한테 나는 “당신은 이승에서 이런 좋은 일 많이 하니 다음 세상에는 분명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날 거요.”하면 아내는 눈을 반짝거리며 다정하고 자부심이 실린 웃음으로 “정말 그럴까요?”하고 반색한다.
가끔 동료들 중에 종일 혹은 24시간 어르신 케어에 지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투가 나오는 걸 보면 본인이 무척 불편해진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다 더 보태서 요양병원 근무하려면 직업의식과 더불어 최소한의 봉사정신 마인드는 깔려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에 대해 귀찮아하거나 그 고통을 못 본 체 하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 자신은 그 직업에 대한 프로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아내의 프로정신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문득 지난 10년 동안 모임을 같이했던 몇몇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일이 생각이 난다. 그들 대부분은 아직 젊은 나이라서 급격한 병세 악화로 발병 1년도 안 돼서 별세했거나 아니면 중증 만성 병증으로 2,3년 혹은 4,5년을 투병하다가 갔다. 심지어 스스로 생사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요양병원을 거치기도 전에 생사가 결정된 것이다. 이들은 과연 죽음의 복을 타고 난 셈인가. 요양병원에서 나의 인생 말년을 종사자의 손길에 속절없이 내맡기지 않고 살던 집에서 자연사하는 죽음의 복이 내게도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2023.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