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그해 겨울 3,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거친 역사의 광야에서 헤매야만이 이 땅에서 진정한 민주와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청솔고개
2023. 1. 27. 00:09
청솔고개
1979년 10월 26일 새벽, '대통령의 유고(有故)'라는 긴급 보도는 현대한국 정치현실의 한 분수령을 넘게 되는 사건의 예고편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시해되었다. 충격적이었지만 바로 국민들과 언론은 한국 민주주의 봄을 점치고 그것의 도래를 기대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불순한 정치군인 일단의 치밀한 공작으로 이 민주화의 값진 과실을 그들이 가로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한국 민주화의 긴 겨울이 이어졌다. 갈수록 더욱 노골적인 공안 정국이 전개됐다.
80년대 초 불심검문을 통해 불온문서 혹은 반정부문서라고 하는 518민주화 운동 관련 자료와 책자가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압수되고 소지한 사람은 처벌되었다. 나도 가방 깊숙이 숨겨서 집에 와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소문을 듣고 불안하고 불편했다. 긴 ‘그해 겨울’ 동안, 50여명의 젊은이가 민주화 열사라는 이름으로 산화했다.
깊고 혹독하며 길기만 ‘그해 겨울’ 가운데에서도 우리 청춘에게 복음처럼 다가오던 희망가요가 하나 있었다. 김민기, 양희은이 이어서 부른 ‘아침 이슬’이다. 그 혹독한 겨울은 지나고 긴 밤도 지나고 드디어 맞이하는 ‘고운 아침 이슬’은 우리들이 꿈꾸었던 희망의 진주였었다. 우리가 그렇게 고대했었지만 그 희망의 진주 이슬, 아침 이슬은 멀기만 했었다. 아직도 멀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거친 역사의 광야에서 헤매야만이 이 땅에서 진정한 민주와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2023.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