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그해 겨울 5, 이 겨울에 내가 이렇게 부모님이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어질 때는 산으로 간다?

청솔고개 2023. 1. 29. 23:18

                                                                       청솔고개

   아내가 요양병원에서 어르신을 돌보아드리면서 맞닥뜨린 이런 이야기는 얼마 후의 나의 실화가 될 것 같다. 환자의 상태가 심상찮아서 며칠 전에 가족 전체가 병실에서 특별임종면회를 했는데 아직도 돌아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예상대로 안 되었다고 뭐라고 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렇게라도, 아니 꿈에라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를 한 번 뵙고 싶다는 간절함이 불현듯 솟구친다.

   혼자 방안에서 아버지의 메모장이라도 눈에 띄면 그 익숙한 필체를 보면서 ‘이제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세상에 안 계신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신다.’는 현실감이 이 한겨울의 골바람처럼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분들의 유흔(遺痕)이라도 느끼려면 산소에 가서 차가운 비석이라도 어루만지는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이 봇물 터지듯 터진다. 미칠 것만 같다. 주체할 수 없는 통증처럼 가슴이 시리다. 눈물이 모여서 고인다. 콧날이 시큰해진다. 차라리 모든 기억을 망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평생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망각에 대한 간절함으로 보내왔던가. 이런 그리움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냥 미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마구 치밀어 오른다. 이게 무슨 발작 현상 같다. 이처럼 그리움과 슬픔의 강도가 열에 팔구 쯤 되는 게 벌써 여러 번이다.

   이럴 때는 어떡해야 하나? 이 겨울에 내가 이렇게 부모님이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어질 때는 산으로 간다? 숨이 헉헉대도록, 정신이 아뜩해질 때까지 산길을 걸어 볼까나? 아니면 평생 아버지의 신념과 가치관 같은 걸 회상해 볼까나? 생전 어머니의 깊은 사랑 법을 되새겨나 볼까나?      2023.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