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삶과 죽음 1, 자신의 마음과 몸, 나아가서 자신의 생사(生死)를 스스로 처분, 선택할 수 없다면 바로 지옥문(地獄門)에 드는 것이다
청솔고개
2023. 2. 2. 00:34
청솔고개
호호막막(浩浩寞寞)이란 말이 떠오른다. 나의 이 겨울 오후가 그러하다. 문득 뒤돌아보면 모두가 다 내 곁을 떠나갔고 또 떠나가고 있는 것 같다. 수시 무시, 밤낮으로 꾸는 꿈도 대개 흐릿하게 떠오르지만 이런 내용으로 기억된다. “모두 다 어디 갔나, 모두 다 어디 갔나.”하는 어떤 가요의 한 소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할 수 있는 게 뭐가 남아 있나?’하는 자문(自問) 자탄(自嘆)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다.
이런 인식이 든 것은 멀리는 십 수 년 전부터는 이른바 불편(不便), 불안(不安), 부정적(否定的) 사고 등 마음의 삼불(三不) 화두(話頭) 대두(擡頭)로부터 이어져서 가까이는 2,3년 전부터는 내 마음과 몸이 쇄락 조짐에 쫓기면서 더욱 짙어진 것 같다. 특히 끝내 십여 보도 제대로 걷지 못하여 결국 단행한 내 허리 수술, 아버지에 대한 간병과 끝내 유명(幽明)을 달리하심, 아내의 요양병원 근무 체득을 통해 전해들은 것에서 그러한 인식이 더욱 촉발(促發)된 것 같다.
나는 최근에 이런 생각이 더욱 짙어졌다. 어떤 이유로든지 인생 말년에 제 몸 하나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생지옥에 든다는 것이다. 어떤 희망고문 같은 미사여구로 합리화하고 위로하더라도 현실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마음과 몸, 나아가서 자신의 생사(生死)를 스스로 처분, 선택할 수 없다면 바로 지옥문(地獄門)에 드는 것이다. 지상에 자리잡고 있는 산송장일 뿐이다. 이런 인식은 누구나 한번쯤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지만 최근 내게는 너무 절실하게 닥쳐오는 것 같다. 이제 그 인식의 강도나 횟수가 점점 세지고 빈번해진다.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