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삼월 초하루 즈음 3, 많은 세월이 흘러 당시 아직 서른다섯 청년교사이셨던 아버지께서 영영 가시고 나니 더욱 그렇다

청솔고개 2023. 2. 25. 01:00

                                                               청솔고개

   해마다 삼월 초하루 즈음에서  헤어짐과 만남의 교차가 있었다. 내 생애에서 그 9할이 그랬던 것 같다. 나와 더불어 인연 닿아 잠시 혹은 오랫동안 동행하다가 제 갈 길 찾아 떠나간 동무들과 한 생애의 날줄과 씨줄이 맞닿아서 만남의 인연과 운명으로 함께 하게 된 새 동무들 생각이 이날이 다가올수록 더 간절해진다.

   국민학교 6학년 시절을 떠올려보니 울컥 그리움이 치밀어 오른다. 보고 싶은 마음이 사무친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애가 녹는 듯하다.

   그해 국민학교 6학년 때, 아버지와 한 학교에서, 그것도 나의 담임교사로서 같이 보낸 사실이 내게는 더욱 특별하다. 당시 아직 서른다섯 청년교사이셨던 아버지께서 많은 세월이 흘러서 이제 영영 가시고 나니 더욱 그렇다. 내 나이 칠십 초반이지만 7년 전 어머니 가신 후 아버지마저 세상에 안 계시니 비로소 천애고아란 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어머니가 먼저 가실 때는 아직 아버지가 계시니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붙잡고 버틸 수 있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아버지께서 무궁하게 사실 것 같은 생각이 정말 착각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하늘 아래 나는 정말 양친부모 다 안 계신다. 아버지의 숨결, 아버지의 체취가 남아 있음직한 육필 메모장 한 장을 보아도 내 가슴이 녹아내린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빠듯한 살림살이와 형편을 꼼꼼히 정리해 놓은 두툼한 일기장에서도 긴 한숨이 쉬어진다. 내가 토하는 그 깊은 한숨에는 보고 싶음과 그리움이 9할이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한 회한의 감정이 북받친다.

   다만 아주 어린 시절 양친부모를 다 여읜 주위의 어떤 친구의 하소연과 절통함에 비해서 나는 이 무슨 어린애 어리광인가 하겠지만. 부모 여읨에 오래고 오래지 않고 하는 것이 그 무슨 대수인가. 이 하늘 아래는 이제 안 계신다고 하는 사실만이 망극할 뿐이다.                                                202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