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문단유감(文壇遺憾) 4/ 문단은 최근에는 글쟁이들의 상업적 목적 달성만을 위한 이익집단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청솔고개
2023. 3. 2. 01:22
청솔고개
직업적 비하의 느낌은 있지만 환쟁이는 그림을 그려서 팔아먹고 사는 사람, 엿쟁이 엿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글쟁이는 글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전 조선시대에서는 글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글에 대한 모독 그 자체라고 여겼었다.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당시는 글은 그만큼 수준 높고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직업적 작가는 대략 100여 년 전에 등장한 걸로 확인된다. 1920년대의 창조(創造), 폐허(廢墟), 백조(白潮)라는 동인지를 통한 문단 형성에서 출발된 것으로 본다. 이때부터의 글쟁이들의 본격적인 활동에서 그들에 대한 소정의 평가와 자격의 심사를 위한 자생적 성격으로 문단(文壇)이라는 게 형성됐다. 환쟁이들이 그런 목적으로 형성된 것을 화단(畫壇)이라고 일컫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단이라는 곳이 원래의 순수한 취지와는 달리 최근에 와서는 그 성격이 많이 변질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문단은 최근에는 글쟁이들의 상업적 목적 달성만을 위한 이익집단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집단 방어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작가는 문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어떤 집단이라도 지나치게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결코 그 집단의 활동을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물론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적 작가, 전업작가의 프로정신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들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 필요하다. 문제는 충분히 먹고 살만한 지위나 힘을 지닌 사회 각계의 지도급 인사가 글을 팔아 과한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데에 있다. 이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80년대 초반이었다. 나는 교육계의 유력한 한 지도자가 자기 수필집을 내고는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 상대로 억지 판매 하는 현장을 본 적이 있었다. 전형적인 글쟁이의 행태가 보였었다. 그 인사가 결코 먹고 살 수 없을 만큼 빈한하지도 않는데 왜 저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직장 동료로 근무하고 있는 시인 한 사람도 그런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하는 후배의 증언도 있었다. 이른바 등단한 작가나 시인이 그들만의 카르텔을 이용해서 그 작품성을 도외시하고 그 상품성만 판매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출신의 글로벌 아이돌의 세계적인 활동을 통해서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연간 몇 백억, 몇 천억 대니 하는 시대이다. 아무리 지금이 문화산업의 시대라고 하지만 어떤 문화, 예술 분야라도 지나친 상업주의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는 예술의 순수성의 심한 훼손을 가져온다. 2023.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