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먼 산에 아지랑이 5/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고 있던 나를 이끌어주던 다정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청솔고개 2023. 3. 22. 00:05

먼 산에 아지랑이 5

                                       청솔고개

   우리 친구들 중에는 벌써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여럿이 됩니다. 한 친구는 카톡에서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더군요. 병상에서 투병하고 있는 친구도 몇 있습니다. 여기에 온 친구들은 그래도 운을 타고 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비록 지팡이를 짚거나,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거나 여기에서 함께 한다는 것은 먼저 간 그들에 비해서는 가당찮은 일일 것입니다.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힘들게 걷고 있는 친구들을 부축하면서 함께 오릅니다. 말로써 힘내라고, 파이팅하자고 하거나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고 있던 나를 이끌어주던 다정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순간 문득 그때의 졸업식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3절입니다. 3절(졸업생 재학생이 같이 부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앞 1, 2절의 이별의 슬픔에서 이 3절의 ‘서로에게의 도움과 다시 만날 기약에의 희망’을 노래함으로써 고난 극복의 의지를 이끌어냈듯이 우리는 평생에 걸쳐서 지금까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샘물이 있었던 소풍 갔던 그 곳이 그때는 그리 가까워보였는데 오늘은 왜 이리 먼고?” 하면서 숨이 차서 말했습니다. 누구는 그때 저기 어디 물이 야트막한 곳에 돌을 뒤집으면서 가재 잡다가 해가 저물었다는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저 산 비알에 그때는 소나무가 자부룩했었는데 다 없어졌다고 아쉬워했습니다.    2023.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