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먼 산에 아지랑이 6/ 운동회 때나 소풍 때 함께 불렀던 ‘먼 산에 아지랑이’를 꼭 불러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솔고개 2023. 3. 23. 00:12

먼 산에 아지랑이 6

                                              청솔고개

   부산에 사는 초등교사로 평생 보낸 동기 하나는 6학년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오늘 알게 돼서 늦었다면서 내게 부의를 전합니다. 초상(첫제사)이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양력 8. 23.이라고 했더니 그때 아버지 제상에 마릿고기 한 손이라도 올려드리라고 부탁합니다. 그 정(情)이 따스함에 눈물겹습니다. 내년 동기회에 왔다가 갈 때 내가 잊어버리지 않고 꼭 차비라도 좀 챙겨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래방에서의 여흥 시간을 가졌습니다. 퐁당퐁당을 비롯해 동요 몇 곡을 이어 부르면서 맞춰 천진난만하게 율동까지 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새삼스레 어린 그 시절을 공유한 코흘리개 친구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왠지 가슴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순간만은 모두들 그 6학년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손뼉 치면서 입을 모아 따라 불렀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아득한 그 시절로 하나 되어 날아갑니다. 이 장면을 폰에다 담아 두어야 하는데 그만 놓쳤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은 각자 생활근거지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와 거기는 서로 오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 시절과 지금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축제의 뒤 끝에 내가 앓던 아쉬움과 그리움이 또 내 가슴을 칩니다.

   친구들을 다 보내놓고 조용히 오늘 모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옛날 운동회 때나 소풍 때 함께 불렀던 ‘먼 산에 아지랑이’를 꼭 불러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동기회 오늘 모임과 그때 담임 교사이셨던 아버지와의 잊지 못할 추억담 하나라도 나누었다면 구천에서 아버지는 마음으로 환한 미소를 띠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202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