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재, 아재, 나의 아재 6, 고향 가는 꽃길로/ 숙부(叔父)님께서는 참 좋은 활짝 갠 봄날, 꽃 길 따라 가셨다. 마지막 길이 어린 시절부터 나고 자라서 온갖 추억과 평생이 쌓인 그 고향 길이어서 ..

청솔고개 2023. 3. 28. 21:34

아재, 아재, 나의 아재 6, 고향 가는 꽃길로

                                                        청솔고개

   ㄱㅊ 종제께!

   종제, 종제의 진심어린 다정한 메시지 잘 받았다. 종제가 나를 그리 생각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는 한 분밖에 안 계시는 숙부님이신데 그간 쌓인 세월이나 정리(情理)로 보나 이번 큰일에는 마땅히 그리 했어야 하고 오히려 내가 많이 부족한 듯도 하다.

   내가 입관 시 숙부님의 이마와 가슴에 손을 짚고 말씀드렸듯이, 나이 차가 얼마 안 나서 마치 맏형님 같은 정을 느껴서 “아재, 아재”하고 따랐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숙부님께서도 그런 기억 때문에 요양원에 계실 때 이 조카에게 자주 전화하셨는데 처음에는 나도 다정하게 응대해 드렸지만 내 일신이 아프고, 더군다나 아버지까지 그리 계신 상황이라서 나중에는 많이 소홀히 한 것 같다. 숙부님 병문안 갔을 때 그것이 가장 마음에 끼이었고 지금도 후회의 염으로 남는다.

   숙부님께서는 참 좋은 활짝 갠 봄날, 꽃 길 따라 가셨다. 마지막 길이 어린 시절부터 나고 자라서 온갖 추억과 평생이 쌓인 그 고향 길이어서 그나마 우리에게도 위로가 된다. 하늘과 땅으로 흩어지는 숙부님의 혼백(魂魄)도 무척 좋아하셨을 것 같다. 다만 이 꽃길을 한 번이라도 생전에 다녀오실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숙부님이 생전에 내게 전화하실 때마다 형님 안부를 물으시곤 하셨다. 당신의 형님께서 병원 드나 드시고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 후 더욱 안 좋아지시는 걸 아시고는 그때마다 “아 그러면 큰일인데, 집안의 큰 어른이신데, 한 분밖에 안 계시는 형님이신데, 정말 많이 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아주 낙담하시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 시국이라고는 하지만 그 소원을 끝내 못 들어드리어서 가슴이 아프다. 지금도 그 생각에 먹먹해 진다. 두 형제분의 마지막 해후(邂逅)는 2018년 12월 2일 종중묘제 때이고 숙부님의 마지막 고향 나들이는 2019년 11월 7일 역시 종중 묘제 참석 때로 확인된다.                202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