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손 편지 2/ 발신인은 끊임없이 감성만족을 가능케 할 수 있겠지만 수신인은 반대로 끊임없는 감성의 소모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청솔고개 2023. 3. 29. 00:05

손 편지 2/ 발신인은 끊임없이 감성만족을 가능케 할 수 있겠지만 수신인은 반대로 끊임없는 감성의 소모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청솔고개

   

   이즈음은 손 편지를 대신해서 각종 SNS를 통하여 전달되는 메시지가 실시간, 일상화 돼 있다. 더 이상 손 편지 같은 감성이 잊어진 지 오래된 시대가 됐다. 특정 상대가 수신인(受信人)이 아니라 그 사이트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이면 모두에게 무차별 살포되는 게 거의 공해수준 같다. 그 원 저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만들어 올린 영상이 아무 생각 없이, 검증 없이 확대 재 확대돼 전면에 도배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방식을 가장 혐오한다. 그래서 들여다보는 걸 아예 포기한다. 비록 번쩍거리고 좋은 그림의 휘황찬란한 영상이 아니어도 좋다. 수신인, 즉 나의 이름 한 자라도 들어있는 소박한 메시지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그 방식도 문제가 되지만 그 내용도 너무나 가볍게 터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삶의 교훈을 주는 어떤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정성이나 감동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 일색이다. 자막이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배경화면에다 배경음악이 깔리는 것이다. 거기서는 대체로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너무 지나치게 자조적(自嘲的)이라는 것이다. 그런 감성의 과잉은 수신인들의 건강한 감정을 이유없이 소모시킨다.

   나는 이런 콘텐츠를 매일 빠짐없이 포스팅 하는 사람들, 즉 발신인(發信人)의 심리 구조가 궁금하다. 그는 아마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이 이를 수신하는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주목 받고 싶어 할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존재를 이를 통해서 입증하고 자기 존재감을 충족시키려는 것 같다. 이래서 발신인은 끊임없이 감성만족을 가능케 할 수 있겠지만 수신인은 반대로 끊임없는 감성의 소모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분량의 폭증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데이터 소모도 문제가 된다. 갈수록 경쟁적으로 자극적,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콘텐츠의 품질의 불량 문제도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장 진실하고 진중해야 할 인생의 문제나 어떤 사안을 너무 가볍게 바라보도록 한다는 데 있다. 수신인들을 그런 쪽으로 너무 익숙하게 몰고 간다는 데 있다.      2023.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