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 스케치 2, 젊은 장애, 그냥 지켜볼 뿐이다
청솔고개
나이가 26세인가로 들은 젊은 처녀 환자의 이야기다. 전직 미술 교사였다고 하는데, 치료실에 휠체어로 가면서 옆으로 틀어진 팔을 들고서는 울음인지 고함인지 목소리를 높인다. 그 모습이 그냥 보면 너무나 처절하거나 이상하지만 일단 이 공간에서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가 되면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참 이상하다. 얼마나 머리를 다쳤기에 저렇게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퍼포먼스를 할까, 하면서 동병상련의 공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 처녀 교사 환자가 오늘은 걸음걸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뇌에 병변이 생겨서 인지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전제한다. 곧 지나갈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 재활치료실 인지치료 파트에서는 끈질긴 치료를 통해서 사회 복귀를 위한 수준까지 최선을 다할 것으로 신뢰한다. 여기에 치료받고 있는 모든 환자와 그 보호자는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희망 고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 병실에서는 뇌졸증으로 다만 연하(嚥下),삼킴 기능만 상실돼 벌써 몇 달이나 퇴원하지 못하고 있는 40대 전직 공무원 환자가 있다. 우리는 가끔 맛있는 간식으로 입맛을 돋우지만 늘 그 환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콧줄을 끼고 영양공급을 받는데 주변에서 취하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좀 잔인한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이 콧줄을 교체하는데 빼내고 다시 끼울 때까지는 이 환자의 콧줄 안 낀 모습을 보게 되는데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인지 모르겠다.
마치 어린 시절 고향집의 소의 코에 꿴 코뚜레(코꾼지) 같다. 소가 말을 잘 듣게 하려고 왼쪽 콧구멍과 오른쪽 콧구멍 사이를 뚫어서 물푸레나무를 불에 쬐어 둥글게 만들어 뚫는 것이다. 아무리 코가 센 소도 일단 코뚜레에 꿰게 되면 이랴, 어어 등 몇 마디 말로도 잘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 환자는 이전 병원에서 어쩌면 당신은 평생 음식을 못 넘기는 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기막힌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목넘김 기능이 약화돼 음식물을 못 삼키는 천형(天刑) 같은 장애 현상을 볼 때 신의 피조물인 우리 인간 기관의 오묘함과 신비함은 끝간 데를 모르겠다.
그리하여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 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라는 옛 글귀에 덧붙여 우리 인체에서는 ‘천불생무능지관(天不生無能之官) 하나를 더 보태야 할 것 같다. “하늘은 우리 몸의 기관 하나라도 쓸모가 없도록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새기면 될까? 202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