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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3, 이국땅, 아내 손잡고 마실 산책하듯 거닐어, 대통령궁, 조마베이커리, 쌀국숫집

청솔고개 2025. 1. 12. 20:59

   청솔고개

 

   2024. 1. 15.

   아이가 계속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은근히 신경 쓰인다. 걱정된다. 아침은 우리 내외 둘만 먹었다. 아침 식사 자리에 아이가 없으니 쓸쓸하고 허전하다. 이러한 기분이 드는데 훗날 우리가 늙고 아이가 힘들어지면 오늘의 기억이 그리워질 것 같다.

   식사 후 서둘러서 10시쯤 출발했다. 아내와 더불어 어제 걸었던 코스대로 손잡고 걸었다. 공원의 열대 꽃들은 밝은 햇살 아래 매달려 있어 더욱 탐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왼쪽 길 건너 대통령궁이 보인다.  대통령궁이 이렇게 대로변 가까이 위치해 있는 게 좀 신기했다. 심각한 보안 장치도 없이 그동안 지도에서나 보던 거다. 들어가도 된다고 하는 안내가 돼있다. 들어가 보려 하다가 지나쳐 버렸다.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와보기로 했다. 왼쪽으로 길을 건너 북쪽 길로 접어 들어보았다. 도심 쪽이다. 각급 관공서 건물이 즐비하다. 근처에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 너덧 대가 길가에 주차해 있었다. 차 앞 유리에 안내돼 있는 한글 안내표지로 확인했다. 그 한국 여행객들이 무슨 박물관인 듯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내가 아내보고 한번 들어가 보자 하니 아내는 박물관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오른쪽 멀리 빠뚜싸이가 보인다. 이 길은 수도 도심을 꿰뚫는 중앙대로의 남쪽 길이다. 엊그제 탑 꼭대기에서 보았던 길이다. 브루나이 대사관 건물도 다시 보았다. 아내와 둘이 이국땅 길거리를 손잡고 걸어보는 것이 필생 나의 로망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이뤘다. 나의 버킷리스트 또 하나가 완성되었다. 절실하고 간절한 다른 하나는 전문 상담 활동이었다. 그것은 교육청위탁 학업중단숙려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학업 중단위기 학생상담 활동 참여를 통해서 충분히 달성한 바 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이었다. 인생 과제 해결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바로 앞에 단골 카페 조마 베이커리카페가 보인다. 아내보고 들어가 쉬었다 가자고 해서 같이 들어갔다. 내가 라테 뜨거운 것, 스몰사이즈 2개를 주문하고 값을 치렀다. 12시 다 되어서 아이 것, 라지사이즈 라테를 찾아서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니 종업원이 청소하고 있었다. 아이 방으로 올라갔다. 아이는 여전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보였다. 몸살감기다. 빠뚜싸이에서 팍슨 중앙 몰까지 걸었던 그날, 밖에서 흘린 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걸린 것 같다. 지나치게 센 에어컨 기운으로 온 저체온 증상 체질 때문이다. 본인의 이러한 체질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한다. 같이 내려와서 어제 사다 놓은 카스텔라를 같이 먹었다.

   오후에는 쉬었다. 저녁 6시 지나서 아내와 같이 식사하러 나갔다. 오늘은 유명하다고 소문난 쌀국숫집은 앉을 자리가 있었다. 소짜 35,000킵 2개를 주문했다. 아내와 더불어 소소한 현지 음식을 함께 하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나이스 마사지 샵에 들러서 신청했더니 종업원이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킨다. 구글번역기를 사용해서 소통했더니 “닥터가 한 사람 밖에 없다.”라고 나온다. 다시 번역기를 돌리니 같이 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고 나온다. 번역기의 의사(닥터)는 마사지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내는 나보고 발바닥 감각이 안 좋으니 먼저 받으라고 권한다. 아내한테 도로 먼저 받기를 권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1시간짜리 발 마사지 받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아내도 마사지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한다. 잘 됐다.

   오늘 내 마사지사는 언제 봐도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는 인상의 소유자다. 둘째 날에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였다. 나중에 어깨를 만질 때는 팔꿈치로 세게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도 민망한 듯 살살 풀어준다. 마사지가 매우 성의 있어 보였다. 마치고 난 뒤 어떤 차를 서비스해 준다. 그 차의 원료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소통이 잘 안돼서 차 열매 말린 것까지 가져와 보여준다. 그 차의 이름은 마뚬차라고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걸음에 아내는 오늘도 단골 가게 들러서 카스텔라, 망고주스를 샀다. 한 달 살면서 하는 현지 여행은 이래서 좋다.

   호텔에 돌아와서 아이한테 연락했더니 안 자고 있다. 우리 방에 내려왔다. 아이는 제 어미가 끓여준 컵라면 하나 먹고 난 뒤 그간의 예약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비엔티안-루앙프라방 열차표는 신청해 놓았고 루앙프라방 숙소 예약했는데 그 숙박비는 이상하게도 현장 가서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루앙프라방-치앙마이 항공권, 치앙마이 숙박지 예약 및 대금 지급, 치앙마이-인천 항공권을 해결했다고 했다. 아이에게 이번 여행에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다한다고 격려해 주었다. 아이는 제 어머니가 챙겨준 과일과 과자를 들고 제 방으로 올라간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한다. 아내와 관련된 ‘삼불화두’가 나를 헤집는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값싼 소유 아닌 절대적 사랑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 그것이 바로 참사랑이다. 소유냐, 사랑이냐?’를 주문처럼 되뇌어 본다.

   어제, 오늘 일을 베란다에서 12시 40분까지 기록하는데 이상하게 오늘 저녁은 더욱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지내기 좋다. 아내는 에어컨을 안 켠다. 오늘은 초가을 날씨다. 열대지역이지만 열대야는 여기서 겪지 않아도 된다. 골목길도 점점 밤이 깊어 간다. 불도 많이 꺼졌다. 앞의 중국 사원 복덕묘 있는 대로에는 오토바이 소리가 아직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순간, 한순간 치열한 이런 기록들이 내게 의미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내 삶의 허망함을 떨치기 위해서인가. 이렇게 뭔가를 부여잡아야 하는가. 언제까지.      202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