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다 3, 보이면 보이는 대로, 치앙마이 골목길, 까이양청더이,와로롯시장,치앙마이 나이트바자
청솔고개
2024. 1. 30. ‘까이양청더이’, ‘와로롯시장’, 치앙마이 나이트바자
아내가 인터넷에서 특별한 요리를 찾았다고 해서 그곳을 검색해서 지도를 켜고 출발했다. 20분쯤 걸어서 ‘까이양청더이’ 식당을 찾아보았다. 이 시간이면 브런치 하는 셈이다. 이제 ‘카우소이님만’과 ‘마야 몰’을 기 준 삼아 방향을 가늠하면서 지도의 점선을 따라 걸으니 여측이 없다. 아내도 이제 내가 길을 잘 찾는다고 칭찬해 준다.
식당은 아주 소박하고 아담한 목조 건물이다. 울타리와 입구에는 이름 모를 열대 꽃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편안함과 정겨움을 자아낸다. 안에는 앙증맞은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식탁 곁에 와서 먹이를 쪼고 있다. 새들이 평화롭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 친화적이랄까.
아내는 닭 바비큐 요리가 아주 입맛에 맞다면서 한 그릇 더 시켰다. 나도 그것이 불내가 나는 게 구미에 잘 맞았다. 국수와 싱싱한 채소가 들어간 쏨땀도 먹을만했다. 잘 튀겨져 먹음직스럽게 엉긴 튀김도 손이 자주 간다.
식당에는 이미 서너 팀이 식사하러 들어와 있었다. 모두 우리나라 사람인 것 같다. 어린아이 하나씩 데리고 온 자매인 듯한 한 팀, 친구 사이로 보이는 늙수그레한 네 명 남자들, 바로 옆에는 30대로 보이는 세련된 용모와 옷차림을 한, 두 여성 등. 한국인의 이런 자유여행 즐기기가 이제 보편화된 것 같다. 처음에는 마야 몰에서 숙소까지가 아주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 익숙해져서 잠시만 걸으면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이곳이 편해졌다는 느낌이다.
호텔에 와서 커피 한잔하면서 쉬고 난 뒤, 로컬 마시지, 나나에 갔다. 90분으로 충분한 시간을 싼 비용으로 즐길 수 있고 또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준다. 공정(公正)여행을 실천한다고 할까.
어제는 ‘와로롯시장’ 행 택시 잡는 데 실패했었다. 내가 폰을 보면서 택시 접근을 확인하고 번호를 이야기하면 그새 아내보고 손을 들어 택시에 싸인을 보내라고 했는데 아내도 엉겁결 놓쳐버린 것이다. 오늘은 호텔 로비로 불렀더니 착오 없이 바로 온다. 이런 것만 해도 중요한 여행 공부가 된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는 와로롯 시장은 현 주민들이 애용하는 상설 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리나라 서울 동대문, 남대문 시장, 고향의 중앙시장 분위기다. 우리는 나그네처럼 훠이훠이 돌아다녀 본다. 아내는 몇 군데 가게 들러 첫째에게 줄 기념품을 골라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안 산다.
오래 걸었더니 좀 지친다. 내가 지도를 보면서 삥강이 바로 옆에 있으니 그 강가로 가서 쉬자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들어간 그곳이 경찰서 관내였다. 그곳을 지나 삥강 가 산책로에 설치돼 있는 탁자에 앉아 준비한 간식과 물로 휴식의 여유를 즐겼다. 여기 삥강의 강폭은 하류라서 그런지 훨씬 넓어 보였다. 멀리 좀 높이 솟아 있는 흰색 빌딩이 여기 자연과 제법 어울린다. 엊그제 들렀던 그 커피숍과 거리를 확인해 보니 여기가 6킬로미터 하류다. 강 복판에는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웃통을 벗은 채 작달막한 배를 타고 있다. 노 저어서 어디로 이동하는 듯하다. 강변 산책로에도 원색의 열대 꽃들의 느낌이 강렬하다. 나를 반겨주는가. 중학생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들이 강가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 좀 있으니 둘은 어디로 가고 있고 둘은 가방을 옆에 내버려둔 채 열심히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잘 조성된 강변길을 하류 방향으로 조금 걸어보았는데 길이 끊어져 있었다. 뒤돌아와서 다시 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치앙마이 나이트 바자를 검색하니 6~7분 걸린다.
나이트 바자 가는 도중 길가 한 가게에서 아내는 첫째에게 줄 크로스 가방을 하나 샀다. 아직 바자는 안 보인다. 구글 지도로 방향을 잘 잡아서 걸어가 본다. 조금 지나니 무슨 나이트 바자 간판이 보인다. 우리가 찾는 치앙마이 나이트 바자는 아니었다. 지도에 2분 더 가야 한다고 나타난다. 바로 옆이 목적지였다. 걸어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나이트바자 시장은 엄청난 규모다. 끝이 안 보일 정도다.
나이트바자에 들러 아내는 한 기념품 가게에 들른다. 손주들에게 선물할 걸 찾는다. 가방에 달고 다닐 고리로 코끼리 모양의 소품을 산다. 이역 멀리 떠나와서 손주들한테 줄 선물을 고르는 할미, 할아비의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다. 아내의 코끼리 바지도 샀다.
바로 옆 식당코너로 갔다. 규모가 매우 크고 깨끗했다. 고향의 중앙시장과 그 규모가 비교가 안 된다. 역시 관광대국이다. 우리는 ‘파타이’라는 전통음식을 주문했다. 정말 먹을 만했다. 야시장의 수키와 맞먹을 정도다.
나오다가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이곳을 기억하기 위한 정표(情表)를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도 가방에 달 것을 사러 다시 그 가게로 갔다. 그랬더니 아가씨인 듯한 주인이 3개를 100밧에 사라고 한다. 아내가 하나만 산다고 하니 그냥 하나를 덤으로 준다고 하며 선뜻 내민다. 여기는 풍족한 시장 인심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그냥 좋아진다.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를 앱으로 예약했더니 “~busy”라는 메시지가 뜬다. 취소하고 다시 잡으려는데 갑자기 택시 하나가 우리 앞에 선다. 여자 운전자가 차문을 열고 “더블트리~~”라고 한다. 아내가 황급히 “오케이” 하고 택시에 오른다.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오르면서 “캔슬?”하면서 물었더니 “노 프로브럼”한다. 나는 미리 주문한 택시가 늦어져서 캔슬되었는데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하는 뜻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문제없다는 것이다. 상황을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운전자는 자기 폰에 저장된 내 주문 상황을 보여준다. “청솔”하고 내 이름까지 운전자 폰에 뜬다. 신기하다. 아마 자기들끼리 연결해서 처리한 것 같다. 그래서 러시아워인데도 편안하게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기도 러시아워 때는 택시 잡기기 어렵다는 상황 정도는 짐작이 된다. 나중에 아이에게 말했더니 계산서를 보고 위약금 30밧이 부가되고 여기서 10% 할인이 돼 있다고 설명해 준다.
아이한테 몸 컨디션이 어떤지 메시지로 물었더니 괜찮아지고 있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아이가 우리 방으로 찾아왔다. 아이와 같이 오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응원했다. 후반전 시작 직후 우리가 한 골 먹고 마음이 무척 불편했는데 결국 로스타임 10분 중 9분째 극적인 동점 골을 넣어서 셋은 모두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얼싸안고 좋아했다. 옆방 투숙객이 와서 문을 두드리면서 조용히 좀 해달라 한다. 참 민망하다. 연장 전후반에도 결승 골이 없어서 결국 승부차기로 짜릿한 승리를 쟁취했다. 그런 가운데 200밀리짜리 플라스틱소주 한 통과 아이가 가져온 과일주 한 잔마저 먹었더니 제법 취한다. 2025.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