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生涯)의 아이들

36막내들이여-삼륙통신5(2010. 6. 1. 화)/10년도 더 지난 오늘, 그 때 소리 내어 띄어 보낸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 본다

청솔고개 2020. 6. 5. 16:04

또 다시 6월이 돌아왔다.

세월이 갈수록 '내 생애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10년도 더 지난 오늘 그 때 소리 내어 띄어 보낸 편지를 다시 꺼내 읽어 본다.

                                      청솔고개

 

[6월의 시] 나무를 위하여 /신경림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리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리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꺾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 목 움추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들아

 

36막내들이여-삼륙통신5(2010. 6. 1. 화)

 

유월입니다. 장미와 튤립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담벼락에 선홍빛으로 짙어가는 줄장미가 계절의 향내를 더욱 물씬 풍겨주는군요.

보름 전 여러 막내들 모두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읽어보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사연들은 모두 나에 대한 격려와 과분한 고마움의 표시, 기대와 바람의 표현이었습니다. 정말 간곡하고 진실 되더군요.

막내들의 나에 대한 마음들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제 6신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오월이지만 아침에 공원의 숲을 지나면

또다시 처음 본 얼굴인 듯 설레고 벅찹니다.

내 생애의 막내 아이들, 여러분들은 이 봄을 어떻게 느끼십니까? 어떻게 보내십니까?

 

청솔고개의 희망 편지 1-(20130603월)

 

나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에서 피카소가 학생 때 사용한 공책을 본 적이 있다.

그 가운데 공책을 가득 채운 스케치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책 모서리까지 교사의 얼굴이나 연필을 잡은 피카소 자신의 손 스케치가 빼곡했다.

나는 항상 피카소를 정확하고 실재적인 것과는 관계없는 상징파와 추상파의 대표적인 화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책의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운 스케치를 보면서 그가 자신의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필요한 기초를 평소에 꾸준히 연마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생 동안 무려 178개의 스케치북을 가득 채운 일이 증명하듯이 그는 예술가이기 전에 숙련된 기능공이었다.

먼저 기초가 되는 기술과 도구를 부지런히 익히면, 그 뒤에 뒤따라 올 무엇 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더그 레모브의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머리말 6쪽]에서

 

                                                                                 2020.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