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2. 1. 14. 또 해가 바뀌었다. 드디어 내 생애에서 신기원을 이룩하는 해가 다가왔다. 또 이번 겨울은 내 생애에 가장 춥게 느껴진다. 오늘은 입원 전 코로나19검사를 해야 한다. 알아보니 근처 농수산시장 근처 선별진료소에 11시까지 접수해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시장 외곽 도매 코너는 엄첨난 규모였다. 트럭들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옆으로는 진출입도로가 나 있다. 날씨가 제법 춥다. 서둘러서 자전거를 타고 가니 훨씬 편했다. 장갑 낀 손가락이 시리다. 채소 가게의 푸성귀가 얼어붙어 서릿발이 서릴 것 같은 날이다. 내가 아내와 보조를 맞추는 게 더 힘들었다. 여기 내왕할 때 진작 이 자전거를 이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진료소는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검사하는데 뭔가 어리둥절하고 서투르다. 추위와 지팡이에 의지하는 내 걸음의 어둔함, 안경의 입김 서림 때문에 정신없이 검사를 마쳤다. 한숨 돌린 듯 안심이 된다. 모레 입원할 때까지 음성 결과통보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내 입원의 실제적 대 장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데 대한 안도감이 생긴다.
종일 블로그 글 정리하며, 아이와 낯익히기, 낮잠 등으로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조여 오는 듯한 수술에 대한 압박감을 10년 전 쯤인가, 한방병원 6개월 동안 침 치료했던 끔직한 기억으로 대체하고 되살려 용기를 찾아본다. 봉침과 신경 침의 그 생각하기도 싫은 통증을 내가 이겨낸 내가 아닌가. 계속 용기를 되살려 본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아내가 하는 말이 생각난다. 수술하고 집에 있으면서 꼬맹이들 재롱 즐기면서 하루하루 보내면 회복도 더 빨라질 거라는 게 옳은 판단일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며칠 여유가 있어 그렇게 다급한 마음은 아니다.
2022. 1. 15. 정해진 입원과 수술 날짜가 내일로 다가왔다. 신체 개선을 위한 활동이지만 긴장되는 것은 역시 몸에 칼을 댄다는 그 수술이라는 압박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동기회 결산 자료를 회장의 명의의 인사말과 함께 발송했다. 이런 일이 귀찮게 하지만 나의 존재감을 살려주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힘든다는 식으로 말하니 아내가 옆에서 “당신은 속으로 은근히 그런 일을 즐기는 것 같다.”고 대꾸한다.
오후에는 내일 입원할 준비를 대충했다. 시간이 있어 오늘 올릴 블로그 글을 썼다. 내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바탕으로 한 생명과 수명에 대한 소신을 밝힌 “가지 않은 길”이란 제목의 글이다. 아내가 나 보고 같이 산책하자고 했다. 처음엔 가능하면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아내와 이런 산책도 당분 간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떠올라 자전거로 따라 갔다. 아내 따라 근처 시장까지 구석구석 다녔다. 이런 사소한 일상이 언젠가는, 노경에는 아주 소중한 순간순간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나이가 들수록 자주 든다. 아내는 돌아오면서 시장에 들러서 거의 일주일치 먹을 반찬이란 과일 등을 산다. 내가 오늘 자전거 타고 따라 다니니 정말 신천지를 만난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수술 안 해도 될 것 같은 안락함이 생긴다. 진작 이런 자전거를 활용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이제 내일 되면 내가 입원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한 순간이 참으로 아쉽고 소중한 것 같다. 또한 순간이 흘러갈수록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도 예정대로 운명대로 흘러간다. 종일 아내와 딸 내외, 꼬맹이들과 부대끼며 웃으며 보냈다. 이런 시간도 앞으로 얼마나 더 소중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반복해서 든다. 아주 먼 여행이라도 떠나는 심정이다. 캐리어의 짐도 챙겨 보았다. 그런데 그 여행은 확정된 귀환의 날짜가 없을 것 같다.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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