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쫄병으로 자대 배치 이후 첫 겨울을 힘겹게 보냈다. 야전 부대의 겨울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처구니없이 ‘이[蝨] 소동’이었다. 당시 이가 창궐하여 모포 솔기에는 굼실굼실할 정도였다. 병사들은 아주 어린 시절 한때 각자의 가정에서 목격하였다가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사라진 기생충으로 기억되던 존재였다. 내 어린 시절에도 우리 어머니가 우리 5남매를 키우면서 겨울마다 내복에 붙은 이를 컴컴한 등잔불 밑에서 잡아서 두 손톱을 포개서 으깨던 기억이 있다. 비릿한 피 냄새가 풍기던 기억도 있다. 그 후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더구나 연탄을 때기 시작하면서 박멸돼 자취를 감추었던 이 떼를 군에 들어와서 구경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으랴. 이투성이 모포를 당장 어찌하는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