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리 2

내 청춘이 빛나던 순간 3, ‘이[蝨] 떼 창궐 소동'

청솔고개 쫄병으로 자대 배치 이후 첫 겨울을 힘겹게 보냈다. 야전 부대의 겨울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처구니없이 ‘이[蝨] 소동’이었다. 당시 이가 창궐하여 모포 솔기에는 굼실굼실할 정도였다. 병사들은 아주 어린 시절 한때 각자의 가정에서 목격하였다가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사라진 기생충으로 기억되던 존재였다. 내 어린 시절에도 우리 어머니가 우리 5남매를 키우면서 겨울마다 내복에 붙은 이를 컴컴한 등잔불 밑에서 잡아서 두 손톱을 포개서 으깨던 기억이 있다. 비릿한 피 냄새가 풍기던 기억도 있다. 그 후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더구나 연탄을 때기 시작하면서 박멸돼 자취를 감추었던 이 떼를 군에 들어와서 구경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으랴. 이투성이 모포를 당장 어찌하는 수는 없었다. ..

Now n Here 2025.05.21

겨울로 2/내복 솔기에 새가리가 자부룩히 붙어 있다. 큰방에는 할매가 쐐기로 미영 잣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겨울로 2 청솔고개 한겨울 저녁이다. 우리는 모두 내복을 벗은 채, 알몸으로 검정색, 흰색, 붉은 색으로 된 두꺼운 무명 솜이불 속에 들어 가 있다. 윗목은 냉기가 심하게 서린다. 엄마가 이를 잡아 주는 시간이다. 희미한 등잔불 밑에 울엄마는 우리들 내복을 그야 말로 이 잡듯이 샅샅이 살핀다. ‘딱’하고 피 빨아서 똥똥하게 된 이가 터지는 소리다. 피가 튄다. 약간 비린내가 난다. 엄마는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새가리도 잘 긁어낸다. 내복 솔기에 ⁰새가리가 ¹자부룩히 붙어 있다. 큰방에는 할매가 ²쐐기로 미영 잣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³미영씨가 볼가지는 것은 언제 봐도 신기했다. 우리는 이 잡는 엄마를 쳐다보다가 그만 꼬박꼬박 존다. 이렇게 해서 겨울밤은 깊어간다. 대체로 유년 시절 우리들의 겨울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