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고대하던 첫 휴가 명령이 떨어졌다. 군복도 새것으로 준비하고 군화도 반질반질 닦아서 걸어두었다. 1977년 4월 1일, 부대장에게 휴가 신고를 마친 후 첫 휴가를 출발했다. 봄풀이 파릇파릇하였다. 내 마음은 이미 고향 앞으로 가 있었다. 그간의 지독한 향수병 치유에 대한 기대로 마음은 더욱 부풀어 올랐었다. 소양호 도선장에 도착해서 배표를 사서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가 생겼다. 도선장 초소를 지키고 있던 헌병 하나가 나를 불러세웠다. 휴가병 복장 점검한다는 것이다. 아래위를 죽 훑어보더니 비표인지 뭔가가 잘못됐다나. 복장 위반으로 군 풍기 적발을 해야겠다고 한다. 이미 두 번째 휴가로 동행하던 선임병이 나보고 드디어 우려하던 올 게 온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할 거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