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133

다육이 양육법 5

청솔고개 삼라만상 존재의 으뜸 원리는 봉별(逢別)의 무상(無常)함이라 할진대, 무릇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헤어짐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사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를 얻어서 영유아기를 거치면서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에서 어떤 기적을 발견한다. 그 발달, 성장해 가는 모습에서 부모는 평생의 대견해함, 평생의 기쁨, 평생의 즐거움을 다 누리고 맛본다. 첫 눈 맞춤, 첫 옹알이, 첫 배밀이, 첫 일어섬, 첫걸음 떼기는 키우는 이에 대한 무상(無上)의 보상(報償)이다. 그 아이에게 쏟은 모든 노력에 대한 보상은 그 순간순간 해결되고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탐욕스럽게도 그 아이의 전 생애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얻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이는 마치 내가 자식에게 그..

다육이 양육법 4

청솔고개 내가 이 상황이 하도 답답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여름철 기온이 지나치게 높거나, 통풍이 안 되거나, 지나치게 습하면 그런 물러짐 병증이 생긴다고 설명해 놓았다. 이에 대비한다고 했는데도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비바람이 심하지 않으면 항상 온 창문을 다 열어놓았고 에어컨을 가동해서 습도조절도 제대로 해주곤 했었다. 그 동안 이들과는 서로 말은 못 나누지만 뭔가 교감(交感)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틈만 나면 농부가 조석으로 채전 밭이나 문전옥답을 둘러보듯이 하루에도 서너 번은 족히 둘러보곤 했던 것이다. 논밭의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진실이다. 이들은 우리 집에 들어오는 대로 그런대로 잘 커주면서 내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다. 아낌없이 주었다. 생명 현상에 대..

다육이 양육법 3

청솔고개 거실에서 키우고 있는 다육이 몇 개가 달포 전부터 힘이 없어 보이고 밑동부터 잎이 시나브로 지고 있었다. 마치 다 핀 동백꽃잎이 떨어져 땅바닥에 쌓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며칠 전 서울 간다고 집을 나흘 비운 뒤에 와보니 그 증세가 더욱 악화됐다. 화분 한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다 그런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동안 태풍으로 문을 너무 처닫아 놓아서 습도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아니면 내가 물을 준 뒤 혹 너무 많이 줬나 싶어서 좀 마르라고 이 폭염에 창가 달궈진 곳으로 무작정 내몰지는 않았나 하는 죄책감도 든다. 작년 여름까지 2,3년 동안은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생육환경이었지만 잘 버텨줬는데 이 상황이 정말 답답하다. 3..

빈집에서2/ 그 수레는 삐거덕거리고 흔들거린다. 그런데 자꾸 뭔가 더 보태고 싶어지는 욕념을 끊을 수 없다

빈집에서 2, “봄날 해는 길고도 길다. 나는 또 먼지가 켜켜이 쌓인 아버지의 유작(遺作) 1책을 수습한다.” 청솔고개 불현듯 이 빈집이 지금 나의 처지나 운명처럼 느껴진다. 이미 낡아서 뭔가를 더 담고 더 실을 수 없어진 수레다. 그 수레는 삐거덕거리고 흔들거린다. 그런데 자꾸 뭔가 더 보태고 싶어지는 욕념을 끊을 수 없다. 주변에서 나한테도 자주 그런 평가를 내린다. 그럴 때마다 짐짓 부정하고 싶어진다. 있는 거 비우지 않고 모두 다 지니고 싶은 마음은 한 가득인데 실어 담을 곳은 더욱 좁아지는 내 인생의 수레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청년 시절에 술 한 잔 하면 자주 읊었던 ‘전원장무(田園將蕪)하니 호불귀(胡不歸)'라는 옛 글귀가 떠오른다.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몇 살이었는지는..

빈집에서 1/ 나무가 내뱉어버린 것 같은, 그런 동백꽃잎들이 내 마음과 몸의 생채기처럼 붉게 터져 있다

빈집에서 1, “그대로 빈집이다. 다만 취나물만이 제 홀로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다.”                                               청솔고개    아내가 마련해준 반찬을 동생에게 전해 줄 겸 주말에 모처럼 큰집에 갔다. 오늘따라 큰집의 먼지 냄새가 더욱 진해진 것 같다. 거미줄도 부쩍 늘었고 아버지가 생전에 그려놓으신 담벼락의 그림도 많이 바래져있다. 마당에는 일찍 핀 동백꽃잎과 다른 나무들의 꽃잎들이 떨어져 봄 가뭄에 바짝 말라 보인다. 풀풀 날릴 것만 같다. 나무가 내뱉어버린 것 같은, 그런 동백꽃잎들이 내 마음과 몸의 생채기처럼 붉게 터져 있다.    그대로 빈집이다. 다만 취나물만이 제 홀로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다. 어느 해 봄 아내와 같이 이 철에 나물 뜯으러..

아재, 아재, 나의 아재 8, 고향 가는 꽃길로/ 꽃바람 날리는 고향 ㄱㅈ에서 종형(從兄)이 전한다. 꽃바람 타고 가신 우리 숙부(叔父)님을 내 마음의 영전(靈前)에 모시고 추모의 뜻을 함께 실어서

아재, 아재, 나의 아재 8, 고향 가는 꽃길로 청솔고개 나는 어머니 가시고 6년 반 동안 아버지에 대한 식사 준비, 약 챙겨드리기, 병원 입퇴원, 간병, 요양병원 입원 시 그 간절한 전화 목소리, 면회, 초기의 동행 여행 등 아버지와 함께한 매고비가 떠오르더라. 친상을 당한 상가에 문상 갔을 때마다 상주가 나보고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라’ 하는 말의 참뜻을 그때야 알겠더라. 아침에 일어나다가도, 단풍이 곱게 들면 그 때, 꽃이 활짝 피면 그 때도, 맛있는 거 먹다가도 불쑥 아버지 생각이 나면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어떤 때는 정말 꿈에라도 한 번 나타나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두 번인가 생시처럼 꿈에 현현(顯現)하시어서 손이라도 잡아보려고 하는데 그만 꿈이 깨져버리더군. 허나 어쩌겠나,..

아재, 아재, 나의 아재 7, 고향 꽃길로/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는 숙부(叔父)님께서 복이 많으신 듯하다. 고향 길 130여 킬로미터 한 시간 반 동안, 그것도 고향 꽃길로 해서 든든한 두 손자..

아재, 아재, 나의 아재 7, 고향 가는 꽃길로 청솔고개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는 숙부님께서 복이 많으신 듯하다. 고향 길 130여 킬로미터 한 시간 반 동안, 그것도 고향 꽃길로 해서 든든한 두 손자의 이끌림을 받으시고 환향하셨으니 말이다. 그 복이 또한 우리 후손에게 이어질 것만 같은 좋은 예감도 든다. 이번에 ㅅㅎ, ㅈㅇ 두 조카의 모습을 보고 형제가 이제 우리 집안을 이어갈 큰 재목으로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나는 많은 안심이 됐다.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종제, 종수(從嫂)씨 내외가 두 아들을 잘 키웠더군. 앞으로도 종제가 아비로서 두 아들 뒷바라지 한다고 힘은 들겠지만 장차 우리 집안의 큰 기둥이니 잘 가꾸어주면 좋을 것 같다. 두 젊은이에게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 아직 코로나가..

아재, 아재, 나의 아재 6, 고향 가는 꽃길로/ 숙부(叔父)님께서는 참 좋은 활짝 갠 봄날, 꽃 길 따라 가셨다. 마지막 길이 어린 시절부터 나고 자라서 온갖 추억과 평생이 쌓인 그 고향 길이어서 ..

아재, 아재, 나의 아재 6, 고향 가는 꽃길로 청솔고개 ㄱㅊ 종제께! 종제, 종제의 진심어린 다정한 메시지 잘 받았다. 종제가 나를 그리 생각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는 한 분밖에 안 계시는 숙부님이신데 그간 쌓인 세월이나 정리(情理)로 보나 이번 큰일에는 마땅히 그리 했어야 하고 오히려 내가 많이 부족한 듯도 하다. 내가 입관 시 숙부님의 이마와 가슴에 손을 짚고 말씀드렸듯이, 나이 차가 얼마 안 나서 마치 맏형님 같은 정을 느껴서 “아재, 아재”하고 따랐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숙부님께서도 그런 기억 때문에 요양원에 계실 때 이 조카에게 자주 전화하셨는데 처음에는 나도 다정하게 응대해 드렸지만 내 일신이 아프고, 더군다나 아버지까지 그리 계신 상황이라서 나중에는 많이 소홀히 한 것 ..

먼 산에 아지랑이 7/ 내게는 하나 같이 모두 다 참 따뜻하고 정다운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먼 산에 아지랑이 7, "남은 시간은 우리의 이 소중한 인연과 우정이 면면히 이어지도록, 더욱 아름다워지도록 애쓰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솔고개 친구들, 어제 하루는 참 정다운 날이었습니다. 잊지 못하겠습니다. 국민 학교, 그 코흘리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다가 각자 삶을 위해 멀리 혹은 가까이서 살아온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졸업 후 서로 간에 처음 본다는 친구도 있더군요. 흐른 시간이 무려 58년입니다. 아무리해도 켜켜이 쌓인 그 세월의 이야기를 다 풀어낼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길어지는 봄날이라 하지만 어제 하루해가 너무 짧았습니다. 참꽃이 활짝 핀 용담정 길을 함께 걸으면서 그 시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새로 생긴 건물로 주변이 좀 낯설어 보였지만 우리들이 함께..

먼 산에 아지랑이 6/ 운동회 때나 소풍 때 함께 불렀던 ‘먼 산에 아지랑이’를 꼭 불러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산에 아지랑이 6                                              청솔고개   부산에 사는 초등교사로 평생 보낸 동기 하나는 6학년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오늘 알게 돼서 늦었다면서 내게 부의를 전합니다. 초상(첫제사)이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양력 8. 23.이라고 했더니 그때 아버지 제상에 마릿고기 한 손이라도 올려드리라고 부탁합니다. 그 정(情)이 따스함에 눈물겹습니다. 내년 동기회에 왔다가 갈 때 내가 잊어버리지 않고 꼭 차비라도 좀 챙겨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래방에서의 여흥 시간을 가졌습니다. 퐁당퐁당을 비롯해 동요 몇 곡을 이어 부르면서 맞춰 천진난만하게 율동까지 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새삼스레 어린 그 시절을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