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땡이 2

내 청춘이 빛나던 순간 4, ‘산악 훈련’ 1화

청솔고개 국방부 시계는 째깍째깍 잘도 돌아간다. 계절은 한여름에 접어들었다. 드디어 악명 높은 유격훈련의 시즌이 돌아왔다. 훈련은 기수별로 명령받은 대로 부대 부설 산악훈련장에서 이루어진다. 산악 훈련 일정이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발을 부르트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데 온갖 노하우가 다 동원된다. 비누를 깎아서 군화 깔창 위에 넣는다든지, 아니면 솔잎을 넣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가장 큰 공포는 설악산 장수대에 있는 사단 산악훈련장까지 15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데 그 철야 행군에 발바닥이 까져서 극심한 통증을 겪는 일이다. 이때만큼은 부대 전체는 선임 후임 구분하지 않고 출정하는 대원을 위해 최선의 배려를 한다는 분위기로 넘쳐흐른다. 이런 미덕, 동지애, 혹은 전우애라고 하는 감정에 그..

Now n Here 2025.05.23

그날의 산행일기, 지리산 천왕봉 일출 1

청솔고개 2008. 8. 23. 새벽, 짙은 안개. 2박 3일 우리 부자의 지리산 종주 마지막 날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있어도 산에서 폭우 만나면 한여름에도 얼어 죽는다는 말은 일찍이 실감하지 못하였던 터라 어제 하루는 우리에게 거의 미증유의 신체험이었던 것이다. 저체온 증의 위험성을 난생처음 호되게 당한 터라 그냥 세석평전대피소에서 눅눅한 몸의 기운을 그대로 느끼면서 최대한의 이완을 통해서 심신의 충전을 기했다. 오늘이 바로 우리 산행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었다. 엊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일 한반도 최고봉에서의 일출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그런 행운이 우리가 안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 기대감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1 시에 일어났다. ..

마음의 밭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