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읽기의 감동 8

나의 평생 낚시 로망 2, 그날의 낚시질

청솔고개 “메뚜기를 담은 통과 새로 만든 낚싯대를 손에 든 한스는 다리를 건너 수풀을 지나 말을 씻기는 웅덩이로 갔다. 그곳은 강가에서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그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한스의 가슴은 남 모르는 기쁨과 사냥꾼의 즐거움이 넘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곳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버드나무에 기대어 편안하게 낚시질을 즐길 수 있는 터가 있었다. 한스는 실을 풀어 조그마한 납덩이를 달아 매고, 낚싯바늘에 살진 메뚜기를 가차없이 찔러 꽂았다. 그러고는 강의 한가운데로 힘껏 내던졌다.” “숲가에는 솜털과 노랑꽃을 가진 양담배풀이 위엄을 드러내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늘고도 억센 줄기 위에서 흐느적거리는 부처꽃과 분홍바늘꽃은 골짜기를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안쪽 잣나무 아래에는 빨..

나의 평생 낚시 로망 1, 첫 밤낚시

청솔고개 “~이제 처음으로 제법 덩치가 큰 물고기가 낚싯밥을 건드려보았다. 훌륭한 낚시꾼은 낚싯대와 줄을 통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스는 낚싯대를 내버려둔 채 간단한 손낚시를 가지고 갔다. 그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낚시질이었다. 실을 손에 쥐고 하는 이 낚시질은 낚싯대나 낚시찌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낚싯줄과 낚싯바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약간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훨씬 재미가 있었다. 미끼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고기가 먹이를 건드리거나 입으로 물거나 할 때에도 그 기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낚싯줄이 움찔할 때에는 바로 눈앞에서처럼 물고기들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움푹 팬 좁다란 골짜기에는 강물이 굽이치며 휘감아 돌..

다시 걸어 보니 2……

청솔고개 “~그러나 강렬한 부추김 그리고 유익한 땀방울을 통해 나는 하늘을 날아오르고, 어린 시절과 두려움과 고정관념의 사슬에서 해방된다. 나는 사회가 얽어맨 줄을 끊고, 안락의자와 편한 침대를 외면하다. 행동하고 생각하고 꿈꾸고 걸음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걸으면서 몽상하기란 쉽지만, 걸으면서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날아오르는 독수리, 흘러가는 구름, 도망치는 산토끼, 엉뚱하게 마주치게 되는 교차로, 이름 모를 꽃의 진한 향기, 목동의 외침 혹은 끝없이 펼쳐진 언덕의 흰 물결, 이렇듯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 순간, 걷는 이는 수많은 사소한 사건들에 이끌려 명상에 벗어나 자신의 길로 되돌아오게 된다.~” 위의 인용은 앞서 올린 베르나르..

다시 걸어 보니 1……

청솔고개 “걷기 시작했을 때는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차량은 별로 없었다. 오늘 나를 기다리고 있을 즐거움을 나는 벌써 맛보고 있었다. 여기서 10 내지 20킬로미터만 가면 아라라트(Ararat) 산을 보게 될 것이다. 중세에 아르메니아인들은 이 신성한 산을 보며 성호를 긋곤 했다. ~내 앞으로는 해발 2500미터에 달하는 고개를 향해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장 속에서 미친 듯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뱃속의 전쟁을 잊기 위해서 나는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설사가 점점 더 극심해져서, 결국 나는 배낭과 엉망이 된 속을 벗어놓았다. 이만큼 격렬한 설사병을 앓은 적이 없었다. 도로는 여전히 오르막길이었고 나는 점점 걷기 힘들었다. 극심한 두통이 머리를 짓눌렀다. 두..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 (4/4)/시베리아 벌목장(伐木場)과, 『닥터 지바고』 라라의 테마 로케 현장인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꽈라다하라 평원도 함께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 (4/4) 청솔고개 이 소설은 파스테르나크의 시의 주요 주제(主題)를 확대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시로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것, 작자가 이 세상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고 생각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형식으로서의 서사시(敍事詩)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소설을 꿈꾸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이해한 모든 훌륭한 것들을 폭약 속에서와 같이 분출(噴出)할 수 있는 소설”하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방대한 서사시는 서정시적 요소와 서사시적 서술(敍述)이라는 두 가지의 스타일의 혼용 이외에도 다층(多層)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 작품은 명백하게 자전적이며 작가자신의 경험(우랄에서의 체류와 부인 아닌 한 여인에 대한..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 (3/4)/이 앙상하고 여윈 어린 소녀가 세상의 모든 여성다움으로 전기처럼 충전되었음을 알았어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 (3/4) 청솔고개 (2) “……그 날 밤 호텔 방에서 반쯤 그늘진 어둠 속에서 암갈색 학생복을 입은 소녀였던 당신은 지금하고 똑같아서, 마찬가지로 숨 막힐 만큼 아름다웠어. 그 후 나는 그 날 밤 당신이 나에게 전달해 준 매혹(魅惑)을, 그 아련한 광채(光彩)를 나중에 나를 아주 사로잡아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그 되울림을 이름 짓고 정의를 내리려고 노력했어. 여학생 복을 입은 그림자처럼 그 방의 어둠으로부터 당신이 솟아올랐을 때, 당신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소년인 나는 내 마음 속에서 온통 반응을 보이는 고통스러운 강렬한 의식을 느끼면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깨달았고, 이 앙상하고 여윈 어린 소녀가 세상의 모든 여성..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1/4)/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소설 작품의 서사구조는 엇바뀌면서 내 인생역정에 깊은 각인(刻印)이 돼 있었다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1/4) 청솔고개 요즘 난데없이 세상이 몇 달 동안 딱 막히다시피 하니 이동의 자유로움이 더욱 절실해진다. 특히 먼 곳으로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지난 날, 내가 스치고, 오가고, 떠나왔던 여행길을 속으로 떠올려보면서 그 충동을 다스려 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활동’이 결코 쉽고 당연한 것이 아니고 더욱 소중하다는 걸 더욱 실감하게 된다. 4년 전 오월의 끝자락 나의 러시아 여행에서 그 여행이 비록 문학기행은 아니었지만,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근교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설 『의사 지바고(DOCTOR ZHIVAGO)』 의 산실인 페레델키노를 그냥 지나친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 페레델키노는 『의사..

금잔화와 헤세의 여름/나의 내면은 이 여름이 되면 벌써 가을의 도보 여행을 꿈꾼다

금잔화와 헤세의 여름 청솔고개 또 유월이다. 이제 여름이 시작된다.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가는데 낮에는 햇살과 바람에 여름 기운이 많이 섞여 있다. 여름 냄새가 제법 난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기운과는 다르다. 강가에는 물 따라 샛노란 물감을 흘려놓은 듯 한 금잔화 꽃 더미가 초여름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이 강가에 따라 지난 4월까지 같은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던 유채 꽃 더미와는 또 다른 노랑이다. 나도 저 금잔화 꽃 더미를 물감으로 그려보고 싶다. 내게는 여름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게 있다. 헤세가 그린 수채화 풍경이다. 대학 1학년 첫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고향 집에서 보내고 있었다. 첫 방학이라 시간이 많았다. 시내 헌책방에 가서 볼 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았는데, 《방랑(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