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이즈음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나의 존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득해지기도 한다. 그건 상상조차도 안 된다. 나의 사후, 내 삶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기록과 생전에 사용했던 물품일 것이다. 어떤 시인은 그의 시에서 “두고 갈 게 없구나……”하고 비탄해 했는데, 나는 솔직히 아직은 내게 소중했던 것은 대대손손 고스란히 남겨졌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내 존재가 나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잊힘과 묻힘’이 되는 것은 그대로 인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은 ‘두고 갈 게’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 8월에 향년 아흔셋으로 가신 아버지가 남긴 많은 자료와 물품을 떠올려 본다. 갖가지 자격증, 근정훈장을 비롯한 상..